56. 목표가 내가 된다
(나는 완벽하고 한계가 없는 갈매기야)
“라켓을 잡고 부수 체계에 대해 알고 나서부터 목표가 바뀐 적이 없다. 오픈 1부가 목표다.”
‘빼롱요롱 TV'에 소개된 희망부에서 4년 7개월 만에 지역 1부가 된 어느 탁구인의 말이다.
나도 4년 7개월 차인데?
탁구를 치다 보면 예전에 안 들리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들이 있다. 유독 이 시기에 왜 그의 말이 마음에 꽂혔을까? 그것은 바로 부수에 대한 그의 목표의식이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난 라켓을 잡고 부수체계에 대해 알고 나서부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
‘8부에서 7부 되기’가 목표였다. 탁린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는 목표였다. 구장의 잘 치는 10년 구력의 8부 여성회원이 번번이 7부 승급이 좌절되는 걸 보며 ‘저렇게 잘 치는 언니도 7부 승급을 못하는데 새내기인 제가 죽기 전에 한 부수 올릴 수 있을까요?”라는 우스갯소리를 통해 스스로를 의심했다. ‘평생 한 부수 올리는 것도 쉽지 않겠다.’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이렇듯 시작부터 그와 난 달랐다.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마음가짐과 연습량 역시 달랐겠지? 결과론적으로 그는 1부가 되었고 난 아직 8부다. 부수 승급대회조차 나간 적이 없다.
그가 목표한 바를 이루었다고 부러워하는 게 아니다. 나는 왜 ‘7부 승급하기’라는 목표에 스스로를 가두고 한계 지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리처트 버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는 완벽하고 한계가 없는 갈매기야.”라는 구절이 있다. 뼈를 때리는 문장이었다. 사실 ‘난 한계가 없는 갈매기인데 스스로 한계에 가두고 사는 건 바로 나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 갈매기들이 특별하고 재능 있는 갈매기들만 비행을 잘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때 스승 갈매기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다른 갈매기들을 보라. 그대들보다 나을 게 없으며 나보다 나을 게 없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딱 하나의 차이는 그들은 본디 자기가 누구인지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계가 없는 갈매기라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지점에서 수행을 시작했다는 뜻인가? 지역 1부가 된 그가 나와 달랐던 단 하나의 차이는 본인이 한계가 없다는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연습한 것에 있는 건가? 그렇다. 그와 나의 차이는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에 있었다.
“난 한계가 없는 갈매기야.”라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내가 스스로 나를 가두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려 한다. 이렇게 마음먹으니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랠리 한 번에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의 부수 승급 목표와는 결이 다르다. 부수승급이 목표인 사람도 있지만 승부를 내는 게 기질상 맞지 않는 내 경우엔 내게 맞는 목표가 필요하다. 이러한 목표를 통해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탁구인이 되고 싶다. 이 기술들을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고 싶다. 입밖에 내긴 쑥스럽지만 나는 한계 없는 갈매기라고 생각하려 한다. 제발 나만이라도 안된다고 나를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한계가 없는 인간이라는 걸 받아들이려 한다. 목표가 내가 된다. 저만큼 내달렸지만 다시 돌아와 출발선에 선다. 마음속에는 한계가 없는 갈매기를 한 마리를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