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은 보통 당해 10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치러진다.35회 차인 올해 시험도 10월 26일 토요일에 일정이 잡혀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 2차 시험이 동시에 치러지는데 1차 시험은 오전에, 2차 시험은 오후에 시간이 배정되어 당일에 두 가지 시험을 다 볼 수 있다.
국가자격시험의 경우 필기시험 합격 후 2년이라는 실기시험 유예기간이 있는 반면,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 시험 합격 후 2차 시험의 유예기간은 단 1년이다.즉, 당해 1차 시험에 합격하면 이듬해 2차 시험에 꼭!!! 합격해야 한다.이듬해 2차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1차 시험부터 다시 치러야 한다.이러니,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분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이 시험에 할애했을지 가늠이 된다.
"제1차 시험에 불합격한 자의 제2차 시험에 대하여는「공인중개사법」시행령 제5조제3항에따라 이를 무효로 함"
공인중개사 합격 기준에 보면 이 문항이 명시되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필기가 붙어야 실기를 볼 수 있는 국가자격시험과 달리,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 2차를 동시에 치를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시험을 치른 응시자가 1차 시험은 떨어지고, 2차 시험은 합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회차에는 2차에 합격했으니, 다음 회차에 1차면 합격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응시자를 위해 법조항을 빌어 미리 고지한 것이다.
"아무리 우겨도 소용없어. 1차에 합격하는 게 순서야. 1차 시험에 떨어지면, 2차 시험에 백번 붙어도 소용없는 거야. 이미 합격기준에 내가 말했잖아. 그냥 말하는 게 아니라고. 법이라고 법! 알겠니?"라고 말이다.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실기시험을 볼 수 있듯, 공인중개사 시험도 1차 시험에 합격해야 2차 시험을 볼 수 있고, 1차 시험에 합격해야 2차 시험의 합격도 유효한 것이다. 동시에 치른 시험자 중 2차 시험은 합격했는데, 1차 시험에 떨어진 분들 생각보다 많다. 1차 시험에 합격했는데, 다음 해 2차 시험에 떨어진 분들도 많다. 공인중개사 3수, 4수, 5수 응시자들 엄청 많다.
"직장인 5개월 만에 동차합격", "40대 주부, 31회차 1차 합격, 32회차 2차 합격" 왜 이런 글들만 보였을까? 수많은 불합격 수기들은 왜 그때는 보이지 않았을까?
지텔프 Level 2 어학시험 65점을 목표로 2021년부터 2022년 4월까지 공부했지만 "58점"이라는 마지막 점수를 보고 더 이상은 진전이 없겠다고 판단하여 어학점수 올리기는 포기했다. 어학점수가 왜 필요했냐고? 국가전문자격시험의 영어과목이 민간어학시험 성적표로 대체되었고, 어학시험 성적표는 응시자격의 필수서류가 되었다는 것만 공인중개사 편에서는 말씀드리겠습니다 :)
국가전문자격시험_영어과목 대체 민간어학시험_ 큐넷 캡처
어학점수를 포기한 후에도 새벽 4시면 눈이 떠졌다. 일 년 반 정도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던 습관 때문이겠지만, 한동안 새벽 눈떠지기는 계속되었다. 한번 눈을 뜨면 어거지로 다시 잠을 청하기도 하고, 머리맡 전등을 켜고 위메프를 보기도 하고, 뒹굴뒹굴 뒤척거리기도 하며 출근시간만 기다리다 출근했다.
그러다 찾게 된 공인중개사 시험. 입출금만 하는 경리일지라도 건설업에 종사하며 공인중개사 분들을 많이 접했다. 저분들도 해냈는데, 나도 해낼 수 있겠지?! 그간 자격증 시험을 여러 번 치르며 쌓인 노하우도 있겠다! 건설업과 관련된 과목도 많겠다!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 5개월 만에 동차합격", "40대 주부, 31회차 1차 합격, 32회차 2차 합격" 내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 할뚜이따!
이렇게 시작하게 된 공인중개사 시험.최대한 돈을 안 들이고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나는 무료 강의부터 찾았다. < 경기도 평생학습 포털 GSEEK > 사이트. 교재는 사야 하지만, 동영상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었고 기초부터 기본, 심화, 시험대비까지 순차적으로 동영상 강의가 올라왔다.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학원강의를 동영상으로 녹화했다가 올려주는 거라, 직접 수강하는 학원강의와 시차는 있었지만 직장인이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며 강의를 들었다.
1차, 2차 동차합격을 목표로 온라인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2차 과목인 부동산공법에서 과락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후기에서 자주 보았기에 부동산공법부터 수강했다. 괜찮은데?! 강의도 괜찮았지만, 건설업에서만 15년을 일한 내게는 익숙한 용어가 많아 어렵지 않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할만한데?! 세법도, 중개사법도 할만했다. 이 역시 내가 자주 접하고 있었던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할만했다. 강의를 따라가는 것도, 강의의 내용도 어렵지 않았다. 기초를 다진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수강했다. '어렵다 어렵다 하더니, 할만하고만?!' 응시자들의 간신히 합격한 합격자들의 후기가 엄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자격명 : 공인중개사
▶ 응시자격 : 제한 없음
▶ 시험과목
_ 1차 : 매과목 100점 만점으로 과목당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1. 부동산학개론(부동산감정평가론 포함) _ 40문항
2. 민법 및 민사특별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_40문항
_ 2차 : 매과목 100점 만점으로 과목당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1.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령 및 중개실무_ 40문항
2. 부동산공법 중 부동산중개에 관련되는 규정_ 40문항
3. 부동산공시에 관한 법령(부동산등기법,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및 부동산 관련 세법_ 40문항
▶ 1차 과목 >> 1) 학개론, 2) 민법. 총 2개
▶ 2차 과목 >> 1) 중개사법, 2) 공법, 3) 공시법+세법. 총 3개
1, 2차 통합 다섯 개 과목이지만, 2차 과목의 3. 부동산공시에 관한 법령(부동산등기법,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및 부동산 관련 세법은 공시법과 세법으로 나뉘어 강의가 올라왔다. 그리하여 공인중개사 수강과목은 총 6개.
6개 과목이지만 강의수은 그리 많지 않았다. 2차 과목 중 공시법을 빼고 대략 훑었고, 1차 과목을 수강하려던 찰나, 기본이론이 올라왔다. 이건 뭐지? 2022년 당시 경기도 지식 사이트에 올라온 공인중개사 시험대비 강의는 대면으로 진행되는 학원강의의 녹화본이었다. 공인중개사 학원 강의가 일 년이라는 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나는 심히 당황했다.
기초강의에 이어 기본강의가 올라오고, 심화강의, 문제풀이가 올라오니 듣지 못한 강의는 누적되어만 갔고, 시간은 시험일을 향해 달려갔다. 몇 개 되지 않는 기초 강의 개수와 어렵지 않은 내용에 느슨해지다 못해 해이해졌던 나는 순간 절망에 빠졌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며 의기양양했고, 어렵다고 엄살을 부리는 합격후기에 코웃음을 쳤으며, 직업상담사 이후 동시합격의 기쁨을 또 만끽하겠구나 즐거워했던 나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등신...
2022년 9월이 되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벌써 9월이라니. 이제 기초과목 간신히 수강했는데 9월이라니. 2차가 웬 말이냐 1차라도 합격하자. 촉박해진 시간에 1차, 2차 동시합격의 꿈을 접고, 1차 합격으로 목표를 낮추었다.
회사 사무실 회의 책상_회의 책상으로 사용하지는 못했으나, 내 전용 공부책상으로 사용됨.
그동안의 자격시험은 회사에 일찍 출근하여 출근시간 전과, 한가로운 오후시간, 퇴근 이후 시간, 가끔 주말에 회사에 나와 공부를 했다. 회사는 나의 공부맛집이었다. 사장님과 나. 단 두 명만이 일하고 있는 곳이라 사장님이 부재한 시간의 회사는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었고, 컴퓨터 돼, 프린트 돼, 커피 있어, 음악 들을 수 있어.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공간이었다.
직업훈련교사, 전자출판기능사, 직업상담사, 웹디자인 기능사(이건 필기만)를 취득할 수 있었던 건 편안히 공부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나의 공부맛집 사무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2021년 겨울 회사는 청주시의 신흥택지지구로 이사했다. 회사가 건설 중인 상가와 상가주택이 모두 신흥택지지구에 몰려있었기에, 공사진행상황뿐 아니라 매매나 임대 등 건물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신흥택지지구다 보니,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말도 못 하게 많았다. 한집건너 하나씩 미용실이 있다더니, 이곳은 한집건너 하나씩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있었다.
그간 우리 회사는 간판 없는 회사였다. 택지개발구역으로 건설을 할 때마다 사무실도 따라 옮겼기 때문에 간판이 필요 없었다. 오래 있어야 2년, 3년을 넘지 않았다. 내가 입사 후 세 번째 이사였던 이곳은 상업지구 대로변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사장님이 웬일로 간판을 달았다. 그동안 회사 규모가 커져서인지, 현재개발지역에 건설 중인 상가와 상가주택이 많아서 홍보차원 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무실 전용면적은 40평이 넘었고, 가로로 길게 뻗은 건물 외벽 중앙에 회사이름이 간판이 되어 걸렸다. 사장님과 나 단 두 명이 근무하는데 말이다.
상가 건물 완공 후 우리 사무실이 입주했는데, 첫 입주라 텅 비어 있는 건물이 너무 무서웠고 겨울이라 날도 금방 저물었다. 컴컴한 복도는 음산했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져서 사무실 출입문은 자동잠금으로 바꾸었고, 복도불은 24시간 켜놓았다. 봄이 되고, 옮긴 사무실에 적응도 되면서 사무실에서의 공부도 다시 시작되었다.
당시에 공부했던 시험이 지텔프 Level 2. 목표점수는 65점.수십 년 만에 시작한 영어공부였고, 처음으로 목표를 세운 공부였지만 목표점수 65점의 벽은 너무 높았고, 점수는 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까지 계속 회사에 나와서 문법을 공부했고, 단어를 외웠고, 인강을 시청했다.
사무실을 옮기고 사업도 커지면서 도면 검토, 사업 구상 등 사장님 역시 주말에 사무실에 나오는 날들이 많아졌다. 조용한 사무실은 사업구상을 하는 사장님에게도 공부하는 나에게도 너무나도 안락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사장님은 대략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나오셨는데 업무로 출근하신 사장님을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사장님이 나오시면 나는 바로 퇴근 아닌 퇴근을 했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나도 사장님도 불편해 하기 시작하던 찰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문의 근원지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었다. '간판 달린 회사'(실리보다는 사업체를 일군 중년남성의 감성적인 행위라고 나는 생각함)는 밤이면 더욱 빛났고, 주말에도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은 '사장님과 연인관계'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
'뭔 개 같은 소리랴!!'내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방아를 개 같은 소리로 치부한 채 아랑곳없이주말에도 공부맛집 사무실로 출근했지만 내심 거슬렸다. 공인중개사를 공부하는 여직원을 까대는 공인중개사들이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이던가? 내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방아로 공부맛집을 포기하기는 싫었지만, 평일 밤이야 그렇다 쳐도, 주말까지 회사에 나오는 여직원은 입에 오를 수도 있겠다는 오창친구의 조언에 따라, 공부맛집 회사 사무실에서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는 포기해야 했다.
나에게는 너무나 완벽했던 공간을 내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으로 포기하기는 싫었지만, 벌써 9월. 시간은 촉박했고, 공부맛집은 사라졌기에 어쩔 수 없이 회사 근처 스터디 카페에 등록했다. 학개론과 민법 2과목만 준비하면 됐지만, 기초 동영상만 들은 상태에서 문제풀이로 바로 가기에는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정보처리기사 시험과 직업상담사 시험. 취득 연도는 달랐지만, 이 두 개의 기사시험을 준비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기초의 중요성. 기초만 잘 다져져도 기본 점수는 받을 수 있었다. 기초가 잘 다져지면, 문제유형이 바뀌어도 답을 도출할 수 있었다. 또한 필기시험에서 기초를 잘 다지면, 실기시험 준비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이 두 과목은 100% 필답형으로 실기시험 유형도 같았는데, 필기시험 답 예문을 실기시험에 그대로 기술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터득한 공부방법을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적용했다. 동영상 강의를 듣고, 교재를 참조하여 정리했다. 범위는 넓었고, 법은 어려웠고, 노트는 작았다. 문구점에서 아이들 스케치북을 사 와 법조항에 따른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정리를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동영상 강의를 다시 들었다.
스케치북에 정리 한 민법_ 제 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스케치북에 정리, A4 색지에 정리, 형광펜으로 정리_ 정리정리정리
필기시험을 꼼꼼히 공부하면 실기시험 공부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눠져 있어 이 방법이 먹히진 않겠지만, 기초를 꼼꼼히 다지면 문제풀이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공부했다.
시험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문제풀이를 해야 할 시기이다. 기초는 이만큼 다졌으면 됐다. CBT 전자문제집에서 다운받은 공인중개사 시험문제지를 풀어봤다. 문제를 풀면서 또 예감했다. '망했구나' 문제가 전혀 읽히지 않았다. 이 내용이 있었던가? 문제하나 풀고, 스케치북 들여다보고, 문제하나 풀고, 강의노트 찾아보고. 내용에는 있는데, 문제는 낯설었다. 문제 푸는데 진도는 나가지 않고, 내용 찾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2022 박문각 공인중개사 국승옥 최종요약서 1차 부동산학개론 이론총정리+족집게 100선
▪2022 박문각 공인중개사 이승현 최종요약서 1차 민법ㆍ민사특별법 이론총정리+족집게 100선
2022년 10월 29일(토)에 공인중개사 시험이 치러지는데 10월 18일(화) 또 교재를 구매했다. < 경기도 지식학습 포털 GSEEK > 공인중개사 1차 시험 과목 강의는 박문각 학원 강의였고, 최종 교재는 박문각 사이트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다. 돈 좀 아껴보겠다고 무료 동영상 강의를 찾아냈지만, 강의료에 버금갈 만큼 교재를 구매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문제는 풀리지 않고, "이론 총정리+족집게 100선"은 구세주 같은 책이었다. 그래 이 책이 나를 구원해 줄 거야. 책을 받고 열심히 본 후, 다시 문제를 풀었다. 동차합격의 기대는 이미 물 건너갔고, 1차 합격만이라도 바랬던 마음도 사그라졌다. '시험 보는데 의의를 두자. 최신 기출문제지 또 하나 마련했구나'
제33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지_ 종이시험지는 반납하지 않고 가져 나올 수 있음.
< '어쩌다보니' 자격증 사냥꾼 _ 공인중개사 편 >을 쓰기 위해 박스에 들어있던 시험지를 꺼내 들었다. 37개에 동그라미가 쳐진 것을 보고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그간 '어쩌다보니' 자격증 사냥꾼_ 편을 발행하며 머리에 박힌 과락.
기사와 산업기사의 경우 "과목당 40점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는데, 문항 개수로 보자면 최소 8개는 맞아야 한다.(한 과목이 20문항/100점으로 환산되니, 1문항당 5점으로 계산하면 됨)40점 미만일 경우를 "과락"이라 한다_ '어쩌다보니' 자격증 사냥꾼 04_ CBT and OMR <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실기시험을 볼 수 있다! (brunch.co.kr) >
뭐야? 이렇게 많이 맞았어? 37개면 합격이었나? 합격이었는데 점수도 확인 안 했던 거야? 가답안으로 답을 맞추고는 당연히 떨어진 줄 알고 큐넷에서 점수를 확인하지 않았었다. 아이구 이 등신아! 병신아! 욕이 저절로 나왔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런 실수를 할리가 없어' 아니야!! 아니라고!!!!
▶ 공인중개사 1차 시험 과목
1. 부동산학개론(부동산감정평가론 포함) _ 40문항(개당 2.5점)
2. 민법 및 민사특별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_40문항(개당 2.5점)
▪ 1차: 과락 40점(최소 16개_개당 2.5점), 전과목 평균 60점(80개 중 최소 48개_개당 1.25점)
▪ 2차 : 과락 40점(최소 16개), 전과목 평균 60점(120개 중 최소 72개)
1차 시험 합격기준 : 과락 40점 (40개 중 최소 16개_개당 2.5점) + 전과목 평균 60점 (80개 중 최소 48개_개당 1.25점)
산업기사 기사 시험의 경우 과목당 20문제로 개당 5점이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은 과목당 40문제로 개당 2.5점이었다. 그러므로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은 전체 48개를 맞아야 합격이다. '응. 아니었어. 등신도 병신도 아니었어' 불합격보다 병신 안된 게 더 다행인 순간이었다. 애매모호한 점수가 아닌 확실히 떨어진 점수도 나를 위로했다. 포기하길 잘했어.
시간을 낭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계약 해지 시, 매수자 계약금 포기, 매도자 배액 상환" < 딱 이만큼으로는 안될껄? (brunch.co.kr) >이라는 쓰기에 한 문장이라도 써먹기도 했고, 불합격한 공인중개사 편을 이렇게 쓰고도 있으니. 브런치 작가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얄팍한 지식이라도 지식이 생겼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내용도 분명 있었고, 일상에서 활용도 하고 있으니까. 또한 배우는 것이 그 어떤 곳에서 써먹지 못할지라도,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의미 없는 순간은 없으니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의 공부 방식이었다. 2022년 4월부터 10월까지 공인중개사를 붙잡고는 있었지만, 실제 공부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고, 1차 2차 동시합격했다는 다른 직장인의 합격썰만 보고 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막판 2개월 동안 1차 시험에 집중했지만 기존 기출문제를 너무 늦게 봐 문제유형에 익숙하지 않았다. 문제지가 익숙하지 않으니 문제를 푼다기보다 문제 읽기에 급급했다.
기사급이었던 직업상담사 시험에 동차합격했던 나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만만히 봤고, 최신기출 3 개년도는 항상 풀었던 기사시험 준비 방식도 적용하지 않았다. 내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호기롭게 1차, 2차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 모든 이유로 나는 불합격했다.
▶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료
▪1차 : 13,700원
▪2차 : 24,300원
▪1, 2차 동시 응시자 : 28,000원
1차, 2차 동시 응시로 1차, 2차 각각 응시했을 때보다 1만 원 저렴하게 응시했지만, 1차 시험 후 불합격을 예감하면서 2차 시험은 치르지 않았다. 결국 1만 원 이익 보려다가 14,300원을 날린 것이다.
붉게 물든 단풍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여름의 뜨거운 태양에 한껏 짙어진 초록색 나뭇잎을 풍성히 매달고 있는 활엽수들. 원색이 총출동하는 가을을 만끽할 시기에 공인중개사 시험이 치러진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시는 40만 명에 육박하는 수험생 분들은 총천연색의 찬란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시험을 향해 달려간다. 나는 비록 떨어졌지만 시험을 준비하신 모든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언제나 바라는데, 공인중개사 시험은 특히나 그랬다.
노후대책으로 각광받는 자격증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르는 분들은 평균연령이 다른 시험에 비해 현저히 높다. 큐넷에 나와있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연령대별 분포율을 살펴보면 2022년도를 기준으로 20대 11.5%, 30대 24.5%, 40대 31.9%, 50대 26.4%, 60대 5.5%, 10대와 70대는 동일하게 0.1%이며, 합격율은 10대 15.3%, 20대 33.8%, 30대 33.2%, 40대 33.2%, 50대 31.3%, 60대 21.0%, 70대 8.6%로 분포되어 있다.
컴활 2급 실기(엑셀) 마지막문제는 차트 만들기_기억을 더듬어 만들어 봄_ 자료는 큐넷
막상 차트를 만들어보니, 20대도 꽤 많이 응시해서 놀랐다. 노후대책으로 각광받는다 하여 40, 50대가 주를 이룰 줄 알았는데, 20대뿐 아니라 30대 응시자도 엄청 많다. 노후대책 노후대책 아무리 떠들어도 귓등으로 들었던 나의 30대와는 달리, 미리미리 노후를(노후가 아닐지라도)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70-80대 분들의 합격률이다. 1차 시험 치르고, 2차 시험은 보지도 않고 나와버린 공인중개사 시험. '불합격'을 안겨줬기도 했지만, 다시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들었던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70대 37명, 80대 1명 어르신들에게는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한다.
90대 2명의 응시자 분도 정말 대단하시다. 합격을 떠나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건강한 육체도 대신하니 이점은 너무 부럽다. 나는 평소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엄마 심장 수술 후에는 건강한 어르신들이 제일 부럽다. 건강한 어르신의 자식이 부럽고, 건강하지 않더라도 어르신을 모시고 목욕탕에 오는 노년의 딸들도 부럽다. 이 정도면 많이 부러워하는 거 아니니??? :)
정보처리기사 2022년 연령대별 필기시험 합격자 현황 _ 큐넷 캡처
평균연령이 현저히 높다는 말은 맞나 보다. 나의 첫 기사자격증인 정보처리기사를 봐도 20대 접수자가 5만 명에 이른다. 10대 20대가 주를 이루는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 시험을 주로 치르다 보니, 30~50대가 주를 이루를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를 때 상대적으로 내가 어리게 느껴졌나 보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기 전 어학시험인 지텔프 Level 2 시험을 몇 번 봤는데, 어학시험 응시자 중 내 나이가 제일 많은 적도 있었다. 어학시험을 치르는 10대 20대는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무 생각 없겠지. 신경도 안 썼을 테니.
나와 대각선에 앉으신, 출입문 바로 앞자리에 앉았던 여자분은 우리 엄마 또래로 보였다. 전형적인 엄마머리 커트머리에 뽀글이 파마를 하고, 빨간색 얇은 등산 점퍼를 입으신 그분의 뒷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시험을 시작할 때도, 시험을 보는 동안에도 이분의 존재감은 1도 없었다.나도 떨렸고, 문제 풀기에 급급했고, 문제를 풀며 자괴감에 빠졌고, 마킹하느라 바빴다.
시험 종료 방송이 나오고, OMR 카드를 수거하기 시작했을 때 이분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 지긋하신 노년의 여성분은 굽은 등을 더욱 구부려 마킹을 하고 계셨다. 나뿐만 아니라, 같은 시험장에 앉아있던 모든 분들이 이분을 주목했다.
시험 종료 안내가 나온 후 마킹을 하면, 실격처리된다. 이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종료 방송 후에도 계속 마킹을 하셨고, 시험감독이 앞에 서서 OMR 카드 제출을 요청해도 계속 마킹을 하셨다. 결국 다 채우지 못하고 제출하셨는데, 안타까운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내 일처럼 느껴졌을 테다.
시험결과는 알 수는 없었지만, 예상은 되었다. 실격처리가 안되었다 치더라도 공인중개사 시험 역시 "과락"이 적용된다. 앞부분은 마킹을 하셨더라도, 뒷부분을 마킹을 못하셨다면 "과락"의 가능성이 높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픈 순간이었다. 마킹을 다 하지 못하는 건, 필기시험은 합격했는데 응시자격이 미비되어 필기 합격이 무효처리 되는 것만큼 크나큰 비극이다. 1차 2차 동시 시험을 치렀는데, 2차만 합격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문제를 아무리 잘 풀었어도, 문제지에 체크한 답이 전체 정답일지라도 OMR 카드에 마킹을 하지 못하면 합격은 물 건너간다.
OMR 마킹을 한 후 제출하는 건 시험의 기본 중의 기본인데, 기본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자괴감은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있을 때의 자괴감과는 차원이 다른 자괴감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시험은 떨어뜨리려고 있는 것'이라는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정확히 행동했다고 치면 되지만, 기본을 지키지 못하면 기본도 못 지킨 자신에게 실망, 한심, 자기혐오와 같은 날 선 원망을 쏟아붓게 된다. 배속부터 끌어올려 스스로에게 욕도 내뱉는다.
으이구, 이 병신아!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못해 떨어졌던 시험이 나도 있었기에, 그 절망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정말 어이없고 한심하여 울화통이 터지는 순간. 시간이란 약이 더해져도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어 마음에 흉터로 남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원망스럽기만 한 순간. 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당시의 비참함이 사그라들지는 않는다. 소사소사 맙소사! 어찌 내가 이런 실수를...
공인중개사 시험은 불합격한 시험이라서 '어쩌다 보니' 자격증 사냥꾼_ 시리즈에 넣지 않았는데, CBT and OMR을 쓰다 제33회 시험 당일 할머님의 뒷모습이 떠오르며 끼워 넣은 것을 공인중개사 편으로 분리하게 되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 했던 이유가 때마다, 분명히, 틀림없이 존재했지만 언제나 '합격'만 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불합격'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불합격' 또는 '포기'했던 자격증은 그 결정이 내려진 순간, 머릿속에서 아웃되어 떠올릴 생각조차 안 했는데 쓰기를 하며 꺼내보게 되었다.
공부맛집 회사, 스터디카페, 소문, 가을 하늘, 할머님의 뒷모습, 1차 시험 후 차 안에서 가답안을 맞추던 나, 공부 방식 등등등 공인중개사 편이 아니었다면 내 기억의 서랍에서 서서히 지워졌을 일들. 불합격했지만 내 시간 안에 존재했던 자격증도 꺼내어 봐야겠다. '으이구, 이 병신아' 스스로에게 욕을 해댔던 스토리도 포함해서 말이다.
_ 2024년 01월 30일 화요일_ 1년 공부해서 1차, 2차 동시합격했다는 직장인들의 합격 후기를 보며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던 공인중개사 시험. 지금에 와서 보면 내가 본 합격썰은 수만 명의 응시자 중 0.000001%의 이야기지 않았을까 싶다. 나에게 공인중개사 시험은 다시 도전할 엄두가 나지는 않을 만큼 어려웠던 시험이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응원을 보낸다. "너는 안 하면서 왜 나를 응원하니?" 싶으시겠지만 저도 또 때가 오면 볼 수도 있는 시험이라는 말로 대신할게요. 공인중개사 시험은노후의 연인이자, 노후대책의 '꽃 중의 꽃' 아니겠습니까?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