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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Sep 20. 2022

당신들이 빵이었습니다

필링 인 터키

 한국 남자로 태어나서 긴 여정의 터키 여행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릴까.

궁금하라고, 이리 글을 시작한다. 

    

대부분 한국 남자들은 뜨거운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어야 

제대로 한 끼 식사를 한 것 같은 포만감을 느낀다. 

물론 여자분들 중에도 그런 분이 있겠지만.

여자들에 비해 뜨거운 국물의 욕구가 강한 것이 

남자인 것은 분명하다.

     

춥디 추웠던 카르스의 저녁. 배가 고파 허겁지겁 찾아 들어갔던 피데집에서 천국을 경험했다.

터키는 뜨거운 국물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유럽을 가면 일식집이나 중국집에 가서 간단한 국물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인도차이나는 우리가 사랑하는 쌀국수가 있지 않나. 

    

터키 음식은 주로 육류로 이뤄져 있다. 

거기에 빵을 주식으로 같이 먹게 된다.

물론 빵은 기가 차게 맛있는 것은 사실이다. 

    

맵고 뜨거운 국물을 터키에서 구경하기란 절대 불가하다. 

물론 이스탄불이나 대도시 2-3군데는 중국집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보편화 되어 있지도 않고 비싸다.     

한 번은 컵라면 하나를 배낭에 감춰두고 

일주일을 침만 삼킨 적이 있다.

출출한 새벽이 되면 그 컵라면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그래도 먹을 수가 없었다.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다가

뜨거운 국물이 그리워 정신이 혼미해질 때 

그때 먹어야된다는 생각에

일주일 동안 배낭에 넣어 놓은 적이 있다.     


이런 나에게, 어느 순간부터

 한 달이 넘어서도,

뜨거운 국물을 먹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이들이 있다.

    

바로 작은 화덕에 빵을 굽던 터키인 종업원들이었다.

늘 보던 것이지만 화덕에 빵을 굽는 모습은 늘 신선했다.     

가까이 가서 볼라치면 누구 하나 이상한 눈으로 보는 이가 없었다.

피데가 맛있는 이유는 사랑이다

빵의 반죽을 해보라는 이, 

토핑을 올려놓으라는 이, 

화덕에 빵을 직접 넣어보라는 이.

심지어 화덕에서 바로 나온 빵을 손으로 쭉 찢어서 먹어보라는 이.     


혼자 식사를 하려면 자기들도 배고프다며 너스레를 떨며,

같이 앉아 빵을 뜯으며, 

안되는 영어와 터키어로 수다를 떨어 주던 사람들.     


지금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당신들이 저의 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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