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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Sep 25. 2022

낯선 길손에게 물 한 모금

필링 인 터키

낯선 길손에게 물 한 모금          

터키의 작은 마을들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제일 기분 좋은 만남은 ‘체쉬메’다.


체쉬메는 단순히 먹을 수 있는 물이 있는 수돗가가 아닌,

터키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상징적인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터키 어느 마을을 가나 체쉬메는 있었다.


물이 나오는 곳이면 우물을 파고 거기다 파이프를 연결해

누구나 와서 물을 먹을 수 있게 해 놨다.     

처음에 체쉬메를 봤을 때는 들고 있던 생수 물을 마셨다.

혹시나 객지에서 배탈이라도 나면 낭패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체쉬메는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체쉬메가 “당신 같은 나그네를 위해 준비했는데 왜 외면하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따뜻한 손 내밂에 등을 돌리는 이방인을 질타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체쉬메의 수도꼭지를 돌려 미지근하게 흘러내리는 물에 입을 갖다 댔다.

차마 마시지는 못하고 입을 젖시는데 만족했지만,

체쉬메를 만든 이들에게 대한 미안한 마음은

미지근한 물만큼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체쉬메에 놓여 있는 잔으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그랬더니 터키인들의 미소가 더 따뜻하게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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