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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Oct 03. 2022

가벼운 만남

필링 인 터키

웃으며 손 흔들고 떠나는 넌 참 야속하구나.

파란 가을 하늘처럼 싱싱했던 너의 웃음 속에서 잠시나마 취해 있었는데,

넌 작은 비닐봉지 한 손에 쥐고 돌아가 버렸지.


등을 보인 너의 모습이나마 담으려 셔터를 눌렀지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너의 등에서 불어오던 바람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찾아왔구나.

     

나와 너의 만남은 찬란하게 짧았었지.

우리에겐 너의 손에 쥐어진 

비닐봉지의 무게만큼 가벼운 만남이었겠지.    

      

넌 날 기억하니?

가을바람처럼 스쳐 간 여행자의 미소가 떠오르니?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는데, 너의 등 뒤에 부는 바람에 흔들려 

온종일 사진 한 장에 신음하는 거친 숨소리가 들리니? 

    

생생하게 떠오르는 싱싱한 너의 웃음이 온종일 메아리치는 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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