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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Oct 04. 2022

몽환의 도시에 안기다-이스탄불

필링 인 터키

회색빛의 하늘과 담갈색의 바람이 불던 날.

난 그곳에서 꿈을 꾸었어.

여행자의 꿈이 궁금하지? 

여행자의 꿈이란 대수롭지 않아.     


어느 낯선 도시의 골목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이기도 하고,

인도나 이집트의 골목이라면 좀 골치가 아프지만.

이방인과의 애잔한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


서로 다른 말을 하는데도 꿈에선 신통방통하게 잘 통한단 말이야.

간혹 도시의 룸펜이 되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꿈을 꾸기도 해.

진정한 이방인이 돼 버린 거지.

가끔은 지도에도 없는 어느 도시에서 죽어가는 꿈을 꾸기도 해.

날 위해 울어주는 이 하나 없이,

모두가 구경만 하고 있더라고.     


터키를 좋아해서, 

아니면 터키가 궁금해서 이 글을 읽는 이들이라면.

꼭 늦가을 이스탄불을 가보길 바라.


혼자 보기는 좀 아깝거든.

말을 아무리 해도 소용없어.     

몽환의 도시라고 들어봤지. 

이스탄불이라면 꼭 따라붙은 수식어잖아.

그런데 이 몽환의 도시를 찾는데 꼭 3년이 걸렸어.

그것도 겨울을 피해 더운 도시로 이동하려고 할 때 즈음.

진한 터키 커피 카흐베를 마시다가 발견했거든.

몽환의 이스탄불은 회색빛 하늘과 

담갈색의 바람, 카흐베의 향기가

합쳐져서 만들어지고 있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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