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테시아 Oct 05. 2022

넴룻산보다 큰 산-글루글루 아비

필링 인 터키

넴룻산 보다 커 보였던 글루글루 아비            

샨르우르파에서 만난 글루글루 아비(형님 정도의 뜻).

터키 안에서 가장 서러움을 많이 겪고 있는 쿠르드족 사람이다.


불행히 그의 이름은 모른다.

단지 말끝마다 내뱉는 글루글루라는 추임새가 그의 이름을 대신한다.

직업은 허름한 봉고 버스 사장 겸 운전사.

키는 150센티미터가 약간 넘는 수준.     



아비와 이틀을 같이 했다.

하루는 하란과 샨르우르파 일대를 반나절 돌아봤다.

둘째 날은 넴룻산을 올랐다.

아침 7시부터 그는 운전대를 잡기 시작해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는 저녁 늦게까지 

여행자들을 위해 운전을 했다.


비록 그가 돈을 받고 차량을 제공했지만,

그는 넴룻산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같이 보내는 시간 동안 그는 줄곧 수많은 말을 쏟아냈다.

영어로 터키어로 쿠르드어로 쉴 새 없이 

봉고에 탄 일행의 혼을 빼놓았다.

     

자신이 먼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일행 각자에게 노래를 시키기도 했다.

조용하게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겐 

여간 불편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밉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하면 저리 행복하게 살까?     

허름하기 짝이 없는 봉고차 한 대와 

상대적으로 빈약한(?) 외모.


그러면서도 그는 어찌 저리 해맑고 투명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말끝마다 “글루글루”라는 유쾌한 추임새로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 

   

땅거미가 내리는 평야를 가로지르는 차 안에서 들린 

‘한 오백 년’의 노랫소리에 눈물 글썽였던 사람.

오늘은 글루글루 아비가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자미 - 신의 품에 잠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