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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Oct 11. 2022

모든 문은 메소포타미아를 향해

필링 인 터키

아나톨리아 반도 남단의 끝자락의 작은 도시 마르딘.

이 작은 도시의 앞마당은 메소포타미아 평원이다.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한 도시.  

   

그 옛날 시리아 땅이 언제부터인가 터키 땅이 돼버린 도시.

그래서인지 지금도 도시 전체는 시리아와 많이 닮아 있었다.

자미의 전체적인 양식은 터키의 전형적인 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미나레(탑)에 부조를 넣어 아름다움을 입힐 만큼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시리아 정교회가 이곳에서 활성화됐던 만큼 초대 기독교회의 흔적이 살아 있는 곳이어서, 기독교인들에게조차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끝없이 펼쳐진 메소포타미아 평원. 저 끝이 시리아.

그러나 마르딘을 추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노을 지는 시간대에 마을 중턱에 올라 거대한 메소포타미아 평원을 바라보는 광경이 아닐까 싶다.

말로만 듣던 메소포타미아가 던져준 그 희열은 어설픈 단어로는 설명이 불가할 정도다. 

시간이 멈추어 서버린 느낌.


몇천 년 동안 그대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명의 근원이 되었던 땅.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붉은 피가 대지를 적셨겠지만, 

땅의 주인이 누구이든 드넓은 아량으로 풍요를 선물해줬을 메소포타미아를 보니, 

성스럽기까지 했다.


그 성스러운 대지를 향해 마르딘 집들의 

모든 대문이나 창문은 메소포타미아를 향해 있었다. 

검붉은 노을이 지는 시간에는 모든 집이 붉게 변하고 있었으며, 

땅거미가 내리자 숨죽여 대지의 고요함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르딘이 간직하고 있는 풍광은 한마디로 성(聖)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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