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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Oct 18. 2022

사랑하면 보이는 것들

필링 인 터키

무엇인가가 아름답게 느껴질 때는 

사랑하게 됐다는 말과 같다. 

    

꼬맹이 같은 목소리가 마냥 귀엽고 상냥하게 들리고,

약간 혀 짧은 목소리가 청량하게 들리고,

나이에 비해 하얀 머리숱이 많아 나이가 더 들어 보였어도,

하나에서 열까지 칭얼거리면서 심통 난 모습도,

아름답게 보였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얼마쯤의 터키 여행을 하면서 느끼기 시작했을까.

돌이켜 보면 언제인지 가늠되질 않는다.     

모스크가 눈에 들어오고, 

자미가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 언제인지.

뤼스템 파샤 자미에서 평화를 처음 겪고 나서

알라는 나에게 사랑할 수 있는 눈을 선물했나 보다.     

그리고 다시 본 오르타쿄이 자미는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눈빛을 느끼게 했다.

     

아마도 저 자미를 건축한 이가 설계를 시작할 즈음에

사랑에 충만했으리라.

사랑해서 어쩌지 못하는 눈빛을 가지고,

사랑할 때 내뱉는 거친 호흡을 하면서,

사랑하는 이의 몸을 어루만지는 떨리는 손을 가진 채

오르타쿄이 자미를 그렸으리라.

     

한 번도 보지 못한 몇백 년 전의 그 사나이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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