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 인 터키
십자군 전쟁 이후 신의 이름으로 죽어간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아니, 하루라도 신의 이름으로 살인이 멈춘 날이 과연 있을까.
종교로 인해 전쟁이 시작되고 살인이 정당화되고,
산 자는 또 다른 죽음을 찾아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죽은 자의 가족은 산 자를 찾아 칼과 총을 겨누고.
남겨진 자의 슬픔은 고스란히 복수의 증오로 변하고,
산 자의 부끄러움은 승리의 환호로 변질하는,
아픔의 반복.
권력의 종교가 만들어 놓은 이데올르기와 폭력성.
그 속에 함몰되어 가는 민중들의 순수한 종교성.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로 여겨지는 샨르우르파.
종교 간의 폭력성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에
아브라함이 태어난 샨르우르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자못 궁금했다.
솔직히 약간은 두려움까지 있었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 이스라엘, 유럽 등지에서 온 순례자와 여행자들.
저마다의 말로 기도를 드리고,
저마다의 몸짓으로 신을 향해 울부짖으며
저마다의 평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나 가까이 있었던 평화.
민중의 품에 안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