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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Oct 26. 2022

죽음, 영웅의 탄생-차낙칼레

필링 인 터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 여러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뛰쳐나와서 뇌를 어지럽힐 때가 있다.

풍광일 때도 있고, 무심코 지나가다 스친 쇼윈도의 그 무엇이기도 하다.


때론 몇 마디 나눈 사람이기도 하고, 때론 무심코 들렸던 도시이기도 하다.     

여행을 시작한 시점이라 부피 때문에 살 수 없었던 그리스 로도스섬의 

코트는 생각만 해도 아쉽다.

셀축 마을의 카펫 전문점 쇼윈도의 카펫은 생각할 때마다 신화를 

꿈꾸게 만들기도 한다.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라마단 기간이지만 

친절하게 초콜릿을 건네준 달콤한 여인의 미소나

옆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던 어느 여인의 

터키어 강의(?)는 기분 좋은 기억이다.     


트로이 유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들렸던 

차낙칼레는 돌이켜 보면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동네다.

전에 썼던 책을 보니 그렇게 매력 있는 도시가 아니라는 

표현을 써놓은 것을 보고 낯이 뜨겁기까지 했다.


차낙칼레는 언제부터인가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되어 버렸고, 

지금까지도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도시로 남아 있다.     

25만 명의 사상자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란 영웅을 탄생시킨 도시, 차낙칼레.

마리마라해와 에게해를 잇는 좁은 해협으로 늘 군사적인 전략인 지역이었던 

이곳은 1차 세계적 통해 세계사에 등장한다.

한강만큼의 폭을 가지고 있는 좁은 해협에 25만 명의 사상자라니.

죽음의 그 시간, 아마 이곳은 대낮의 태양보다 더 뜨거웠으리라.     


죽어간 이들의 염원 때문이었을까.

차낙칼레의 바닷바람은 그 어느 바닷가에 느꼈던 바람보다 따뜻했다.

태양은 낮게 땅으로 내려와 조용히 평화를 말하고 있었다.

더없이 푸르렀던 하늘은 소리 없이 사랑스러웠다.

일상을 사는 차낙칼레의 사람들은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천안함 속에서 차가운 죽음을 맞이한 우리 아픈 시대의 당신들이여.

당신들은 우리의 평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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