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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Sep 14. 2022

미안한 마음으로...

하산케이프 인 터키

미안한 마음에서일까.

하산케이프에서 찍은 사진들을 계속 보게 된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작은 마을.     


그런데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 떠도는 그 무엇.

미안함, 애잔함, 쓸쓸함, 안타까움 등등

메모를 전혀 하지 않는 나는 

기억된다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둔다.


기억된다는 것은 이미 추억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여행이란 종종,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미리 계획했어도 딱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고,

예상하지 않은 곳에서 너무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하산케이프는 후자다.

오늘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를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초등학생 녀석들. 

두 손을 꼭 잡고 마냥 즐거워하며 걸어오는 녀석들.

나를 보는 순간, 당황하더니 이내 거수경례를 하는 녀석.


지나가는 동네 누나쯤 되는 아이들 사진도 찍어달라고 졸라대는 녀석.

수줍게 웃는 하산케이프의 딸들. 

티그리스의 미소를 닮아 있었다.    

꼬마는 사진을 찍고 나니 자신의 공책을 찢어 주소를 적어줬다.

이메일 주소인가 싶었더니 정말 하산케이프 그 어느 집 주소였다.

당돌하기까지 한 녀석의 풍채는 

티그리스의 당당함을 닮아 있었다.

그 녀석에게 혼날까봐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사진을 보내야만 했다.     


훌쩍 커버렸을 것 같은 그 녀석들은 나를 다시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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