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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Sep 12. 2022

끌림

쉬멜라 수도원 인 트라브존

여행은 어쩌면 바람을 따라 자신의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배낭을 메고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다 보면,

바람이 길을 가리켜주기도 한다.     


터키를 여행하다 보면 바람에 따라 돌고 돌아 같은 자리에

다시 오게 되는 여행자들을 왕왕 보게 된다.

왜 다시 왔냐는 질문에 공통적인 대답은 “모르겠어요.”     


분명히 자기는 지금 이란에 가 있어야 했는데,

자기는 안타키아를 거쳐 시리아 그 어디쯤 있어야 하는데,

아마 지금은 파리의 작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어야 하는 건데…….

머리를 긁적거린다….     

참 정이 가는 사람들이다.

스케줄에 쫓기지 않고 자신에게 찾아 왔던 바람에 몸을 맡긴 사람들.

그 바람이 끈끈한 우정을 확인하는 남자일 수도,

며칠의 뜨거운 짝사랑일 수도,

그것도 아니면 지나친 도시가 자꾸 마음에 걸려 되돌아 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트라브존은 나에게 그런 도시다.

우정의 도시이기도 하고, 내가 짝사랑하는 대상이기도 하고,

어디를 가든 끝끝내 흑해의 이 허름한 도시 트라브존에 오게 된다.     

트라브존 시내에서 30분 남짓 거리에 있는 

비잔틴 제국의 마지막 수도원이었던 쉬멜라 수도원.

트라브존을 가면 꼭 다녀오는 순례의 공간이다.  

돌산 중턱에 깎아 만든 쉬멜라 수도원에 오르는 길은 왠지 모르게

성스러운 발걸음이 된다.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려고 했던 수도사들의 공간. 

산을 오르는 내내 

그 어떤 끌림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 속에서도

쉬멜라 수도원을 오르는 발걸음은 늘 똑같았다.     

거친 호흡을 위로해준 차디찬 물 한 모금은

삶의 갈증을 느낄 때마다 비수처럼 심장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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