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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Sep 17. 2022

낯선 이들과 마주치기

인 터키

 오늘도 여지없이 낯선 이방인 여행자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다짜고짜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유럽이나 다른 여행지에서나 심지어 한국에서조차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 터키 땅에서는 매일매일(!!!) 일어난다.

     

타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터키인들에게

쭉 찢어진 검은 눈의 사나이는 좀처럼 놓치기 힘든 구경거리다.

여행자는 어느새 어떤 사내의 질문 덕에 일상을 살던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구실을 제대로 제공하게 된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나를 지켜봐 왔던 시선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정말, 당황스럽고 어찌해야 할까라는 심각한 고민까지 하게 되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 한마디는 호기심에 가득 찬 이들이게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호기심으로 눈빛이 이제 본격적으로 호의적인 눈빛을 넘어

스킨십의 단계로 접어드는 순간이다.     

여행자를 중심으로 모여 있던 한 무리는

어느덧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그 누군가의 가게에

우르르 몰려 들어가게 되고

각자의 손에 차이를 드는 시간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과 객지가 주는 막연한 피곤함,

터키의 긴 여행 속에서 난 늘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늘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포토~포토~. 누군가 말을 건다. 

사진 찍자는 말이다.

지나가는 길에 눈이 마주치게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에 하나다.

영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여행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그들만의 방법인 셈이란 것을 한참 만에 알게 되었다.     

처음엔 속으로 아니 이 사람들은 왜 자꾸 사진을

찍어달라는 걸까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낯선 이방인에게 다가가기였다.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고 난 후부터 포토~포토~란 말에

반갑게 웃는다.


찍힌 사진을 받는 것은 일찍이 안중에도 없다.

그저 찍힌 사진을 확인하고 차이 한 잔을 하는 여유를

만끽하면 그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몇 달 동안씩 계속되는 이동으로 지쳐있던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준 것은 

역시 일상을 살던 터키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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