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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Sep 17. 2022

디야르바크르의 일상

디야르바크르 인 터키

 터키에 대한 글을 쓰려고 폴더를 열어 사진을 본다.

시간의 흐름대로 따라가면, 지나온 여행길이 떠올리고 

그 추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물론 추억하지 못하고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억지로 꺼내려고 나의 뇌를 혹사하지는 않는다.

잊힐 만했으니 잊힌다는 생각 때문이다.     

작업하기 위해 폴더를 열면 이상하게 맨 처음 손이 가는 폴더가

바로 이 디야르바크르의 사진이다.


몇 번을 봤을까. 굳이 꺼내놓을 이야기도 없는데 왜 자꾸 폴더를 열고

그 시간을 추억하게 만드는 것일까.     

중세의 흔적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던 성터. 

그 성안에서 아직도 자신들의 삶을 지켜오며 

매일매일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너무 강해서였을까.     

아니면 성의 꼭대기에서 노을 지는 유프라테스강을 보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던 쿠르드 젊은이들을 봐서 그랬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낮과 밤이 바뀌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 떠올랐던 무지갯빛의 땅거미였을까.

  

성벽에 올라 유프라테스강을 바라보면 춤을 추고 있는 쿠르드 학생들.

디야르바크르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도 

그 어느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도 똑같았다.

아침에 출근하는 이도, 낮에 공터에서 흙장난하던 아이도,

히잡을 두르고 한적한 시간을 지나는 아낙의 모습도 모두 일상이었다.     

그 속에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일상과 마주쳤다.

늦어지는 버스를 기다리며, 

힘들었던 하루의 해를 등에 지고 있던 사람들.

거리는 어둠이 내려 숨을 고르고 있었다.     

포장마차 주위는 곱창(터키는 곱창을 얇게 다져 바게트 빵에 넣어 먹는다. 이름도 예쁘다. 코코레치)을 굽는 연기로 자욱했으며,

일상을 열심히 살았던 이들의 허기진 배를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분주히 수레를 나르는 청년은 어서 빨리 일을 끝내려고 더없이 분주했다.     

여행자에게 있어 타인들의 벅찬 일상을 훔쳐보는 것처럼 

더 큰 감흥이 또 어디 있으리.

지금도 그 자욱한 연기에 쌓인 디야르바크르가 생생하게 떠오르니 말이다.

다방?에 가까운 차이집이다. 물론 터키 전통 커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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