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달아 예뻐지는 내 마음

by 김혜진




날짜가 잡혔다. 긴 휴가도 내어두었지 말이다. 눈이 내릴 것만 같은 날씨, 동네공원 앞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은 남자와 여자는 정해진 날에 맞추어 처리되어야 할 일들을 차례대로 적어보고 있다.



둘의 의견을 맞출 필요가 있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결혼을 앞둔 커플에게 있어 최대의 조율이 필요한 집안 경제, 바로 앞으로의 돈 관리에 관해서다. 에둘러서 말할 건 아닌지라 곧장 안건을 꺼내 들었다.




"우린 결혼하고서 월급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월급관리? 통장관리 이런 거?"


"어. 생각해 둔 거 있어? 따로 관리하는 커플들도 요즘 많다더라. 근데 난 같이 모아가는 게 좋을 거 같더라고. 어때?"


"따로 한데? 왜 그렇지... 우린 각자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나랑 같은 생각이네. 좋아, 그럼 우리는 같이 모으자. 필요한 거 있거든 서로 얘기하고 사면되고."


"그래, 그러자."





통장관리 이야기가 빠르게 합의되니, 그다음의 결혼에 앞선 비용처리 의견도 모두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간다. 둘이 같이 살 집은 이미 정해졌고, 신혼집 가구는 각자 사용 중인 것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하고, 최소한의 필요 품목만을 리스트에 적어 내려갔다. 살면서 필요해지면 그때 가서 구입하자 싶으니 살 것이 그다지 없다. 게다 이미 식장 예약과 스드메는 다니던 회사에 식장 마련이 되어있어 손쉽게 골라뒀기에, 우린 그저 신혼여행지만 결정하면 된다. 결혼 준비가 이렇게 간단해도 되나, 싶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선, 사실 나름의 결혼 로망이 있던 여자다. 바닷가 해변에서 올리는 웨딩을 꿈꿨고 피로연도 할리우드 영화처럼 춤도 추고 샴페인도 마시는 파티를 꿈꿨더랬다. 원한다면 희망 대로 나의 결혼식을 계획해 볼 수도 있었겠으나, 막상 내게 다가오니 스튜디오 촬영마저도 생략할 정도로 SIMPLE IS THE BEST! 가능한 최대치로 간소화시키고 싶어 진다.



드레스마저 중요도가 낮아져 서너 번 입어보고, 흰색이고 화려하면 됐지 뭐 싶은 걸로 골랐더랬다. 고른 웨딩드레스를 엄마와 언니 그리고 동생에게 보여줬더니 집안 여자들 난리가 났다. 이건 아니지 않으냐고, 정말이지 안 어울린다고, 게다 나이가 있는데..... 까지만 말하더니, 어쨌든 드레스는 중요하니 다시 골라야 한다고 한다. 잔소리 한 바가지 듣고 다시 보니, 내가 봐도 딱히 맘에 든 것은 아니었기에 재빠른 수긍을 했다.



한 번 더 피와 같은 남은 연차를 내고서 이번엔 엄마를 대동하고 또다시 서너 번의 착장 후 몸에 핏한 스타일로 최종 선택을 했다.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서 뭐든 해결하려 했건만 예사로운 감각의 소유자인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이었지 말이다. 드레스 준비에서 시간이 소요된 것 외에는 모두 순탄하다.








카페 창가 앞에 앉길 잘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젠 여행지 선택만이 남아있다. 신행이라 일컫는 신혼여행지를 골라 볼 차례다.



서로의 가고 싶은 곳, 생각해 둔 곳을 모두 말해보기로 했다. 유럽 그중에서도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도 리스트 선상에 오른다. 발리, 몰디브, 괌 그리고 하와이도 불려 나온다. 그러던 중 하와이? 하와이라... 하와이 어떨까? 우리 하와이 갈까? 하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 '좋은데 하와이. 얼마나 걸리지? 거기로 가자!' 기분좋게 답하는 남자다.



그렇게 우리의 미래와 신혼여행 장소가 여기, 이곳 카페 창가에서 결정이 되었다. 빠르게 비행기를 알아보고 렌터카를 알아보며, 둘만의 자유여행을 계획해 보기로 했다. 그저 출발일만을 선택하면 되겠다.



한 시간이 넘게 내리는 눈 간혹 바라보며, 처리할 계획들을 일사천리 해결해 가고 있는 우리다. 주문한 커피는 이미 식었지만, 뭐 어떠랴. 식은 커피도 고유의 향은 아직 남아있지 말이다. 눈 내리는 저녁 포근한 실내에 앉아서 곧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니 즐겁다. 그저 모든게 흥미진진할 뿐이다.



분명코 처음 해보는 결혼이건만, 해 본 적 있는 것 마냥 술술 풀려간다. 준비함에 있어 의견을 내고, 서로 맞춰가는 일련의 모습들을 보니 우린 아마도 꽤나 잘 살 것만 같다. 그런 기운이 강하게 맴돈다.



결혼 전 서로의 생각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 등 사소한 것까지도 알콩달콩 이야기를 해 두는 것은 결혼생활을 함에 있어, 상호 간 이해도 측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후 함께 살며 시시콜콜한 사소한 것들로 다툼과 오해가 없기 위해서는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싶다.



더 사이좋게 더 즐겁게 '함께' 생활하고 싶어 나는 여전히 남자에게 말을 건다. 여자의 종알종알 수다가 귀찮지도 않은지 하나라도 빠뜨릴세라 다 듣는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을 순화된 어휘로 답한다.



이 남자의 내뱉는 말들이 너무 예뻐서일까. 어느새 여자의 마음도 덩달아 예뻐지는 것만 같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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