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맘먹은 대로 되려나
찬란한 이십 대가 지나가듯 에너지 가득 장착된 삼십 대도 이제 곧 지나간다.
즐겁디 즐겁던 30대
쓴맛, 매운맛, 단맛짠맛 30대
커리어 최전성기 30대
내 맘대로였던 30대
'서른 중반' 임이 몸으로 인지되기 시작하던 때가 있다. 언제나처럼 직업이, 하는 일들이 내 삶의 중심이던 서른다섯의 어느 날이었다. 누가 무어라 한 것도 아닌데 문뜩 스친 생각 한 가지가 종일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이. 출산. 아기를 갖는다는 것
결혼을 앞둔 혹은 갓 결혼을 한 것도 아닌 때에, 나 홀로 든 생각 하나. 최대한 빠르게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일 년 안에 한다 쳐. 그러면 난 서른여섯이거나 서른일곱 일 테고, 미디어에서 남의 일 마냥 외쳐대는 고령의 임산부가 되겠지. 노산 중의 노산인 나이가 될 터인데, 과연, 임신에는 문제없는 걸까? 출산까지 무사할까? 만나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결혼도 안 한, 한 처자의 앞선 생각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 생각이 한번 들고나니 걷잡을 수 없는 각가지 수만 가지 생각들이 뻗어 났더랬다. 봄철 바람도 좋고, 햇볕도 좋은 곳에서 자라나는 벚꽃들처럼. 팝콘처럼 피어났더랬다.
그토록 우선순위에 있던 일도 시시해 보였다. 독일로 출장을 가서도, 미국에 박람회를 가서도,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멍해져 또 떠올렸다. 나. 애 가질 수 있는 건가? 나. 결혼할 수 있을까? 나. 남자사람 만날 수 있는 건가? 나도 꿈에 그리던 남자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던 듯하다. 물론 시간단위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바쁜 일정 탓에 오랜 시간을 얽매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생각의 꼬리는 언제나 붙어있었고 내가 어디에 있던 상관없이 날 주야장천 따라다녔다.
서른 하고도 중반의 나이가 되니, 즐거이 살고 있는 나날이 이어진다 한들 삼 년 후, 오 년 후, 그리고 십 년 후의 나에 대해서, 내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혼에 무관심한 척했으나 - 정말로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 앞날에 생각이 많던 나. 여러 가지 버전으로 상상을 했었다.
A안. 이대로 커리어를 쌓아가며 회사 임원이 되어본다. 임원이 되고 언젠가는 내 회사를 만들어본다.
B안. 일은 일이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남자를 만나본다. 찾아본다.
C안. 일을 그만두고, 바다 건너 다른 곳으로 떠난다. 떠나서, 새롭게 시작한다. 일도, 남자도!
D안. 엄마가 만나란 사람 다 만나본다. 맞선 본다.
E안. 운명을 기다린다. 나타난다고 믿는다.
해결되지 않은 앞날을 언제까지 불편해하고 불평만 하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5가지나 되는 플랜이 있는데 무엇이 두려우리. 그중 하나를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걸,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사장이 되는 대신에,
뭐든 다 해보는 B안으로 간다!
B안대로 하기 위해선 우선, 일은 계속해야 한다. 일에서 오는 보람참을 없앨 수는 없다. 한국에 그대로 머물자. 그다음으로, 하고 싶은 것들 배우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나를 지탱해 주는 취미들이기도 하다. 시간배분을 해 가며, 중요도에 따라서 집중하자. 그리고 마지막. 남자 찾기가 남았다.
일단. 남자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어디로? 에서 금세 또 막힌다. 남자 찾기를 내가 꼭 해야만 해? 이어지는 의문으로 다시 시작되는 남자라는 판도라상자 앞에 마주한다.
결혼 이상주의자도 아니고,
일 중독자도 아니고,
그냥. 난 내 맘대로인 삼십 대였다.
그런데, 나이가 듦에 따라서 곧 다가올 삼십 대 후반의 나를 떠올리니 (드라마대사 마냥) 든든한 내편이 되어줄, 둘도 말고 셋 도말 고인 딱 한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인들의 이야기에 편승한 탓도 아니고, 자연스레 그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문뜩,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치고. 그 후의 일들이 떠올려졌다.
결혼은 하나의 가정이 이뤄지는 것인데, 미래의 그 사람과의 아이를, 내 아이를 갖고자 한다면 이것은, 맘먹은 대로 가능한 일일까? 남자를 만나는 것 이상으로 너무나도 크게 다가온 원하는 아이를 갖는다는 것. 출산을 한다는 것을 그려보니 막막해졌다. 결혼이 뭐라고, 싶으면서도 답답했다.
그래서 그다음은?
난 뭘 해야 하는 거람?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살 것이오!
(노량진 잎바다의 이순신장군이 떠오른다)
그렇다. 남자 만나기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남자 찾기에 적극적이 되어야겠다고 맘을 먹은 것이다. 맘먹은 대로 되느냐는 그 후의 문제다. 일단 나의 맘이 난 더 중요했다. 맘을 먹어야, 그다음이 있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맘을 먹으면 어찌 되었건 움직인다.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나의 '남자 찾기' 미션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