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소원도 꼭 이뤄질 거야
엄마! 나 신발 벗어도 돼?
그럼. 하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후다다닥 크록스를 벗어재낍니다. 아들의 달리기가 이리도 빨랐던가 싶을 정도입니다. 우아 갯벌이다! 소리 높여 외치며 앞으로 앞으로 그저 앞만 보고 뛰어가네요. 뛰어간 델까 날아간다 해도 이상치 않으리만큼 가벼워 보입니다. 그리도 좋을까, 하며 발레리노 같은 아들의 뒷모습을 감상하듯 바라봤네요. 여벌옷이 없지만 맘껏 놀아라 싶어서 그냥 뒀네요. 뭐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바다에 왔습니다. 전남 보성 녹차밭을 지나 율포라는 낯선 이름의 바닷가에 들렀는데요. 따뜻한 햇살이 지난 자리를 시원한 바닷바람이 채워주고 있네요. 시계를 보니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갑니다. 9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오늘의 오후네요.
돌고 돌던 시간은 이제 아홉 시가 넘어가고 있어요. 보름달에 소원 빌면 마법처럼 이뤄진데 말하며 아들과 밖으로 나왔는데요, 어디선가 화약 냄새가 짙게 납니다. 폭죽 터지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오기에 슬리퍼 한쪽이 벗겨질 정도로 신나게 달려갔지요. 와 예쁘다, 하며 옆에서 구경하는데 스파클라* 폭죽을 건네주어서 너나 할 거 없이 함께 어울려 놀았네요. 두 손 꼬옥 모아 이마에 대고 밤하늘 슈퍼블루문에게 소원을 빌기도 했고요.
무슨 소원 빌었어? 하고 넌지시 물으니, 그건 달님하고 한 비밀이라 알려줄 수가 없다 하네요. 의외의 대답에 알겠어 꼭 이뤄지길 바란다! 하니, '엄마 소원도 꼭 이뤄질 거야.'라고 되받아 얘길 해줍니다. 의젓하고 고마운 말대답에 살짝 감동이네요.
'오늘 하루 진짜 신나는 일 많았다. 아 좋다.'
차가워진 밤공기 맡으며 할머니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 기분좋은 아들의 혼잣말이 한가위 대보름달까지 닿았는지, 방아 찧던 토끼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살포시 미소를 짓는 듯만 합니다.
모래사장은 아이들의 파라다이스 - 천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해변가에서 종일 모래를 파고 다시 덮고, 길을 만들고 길을 부수고, 바닷 물을 채우고 채운물이 사라지면 다시 채우는 끊임없는 반복을 할 수 있는 놀이터죠. 아들 따라 모래성을 만들다 보면, 한 나라를 건국하듯 진지하게 도시 건설을 하고 있는 아빠와 엄마랍니다.
*스파클라 폭죽은 긴 막대기 형태의 폭죽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