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른이 된다면
나도 빨리 어른 되면 좋겠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네요. 빨리 되고 싶다고 합니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어른이 되면 하고픈 게 뭔지 세 가지만 알려달라고 했어요.
"어른 되면, 글자들 빨리 읽을 수 있잖아.
그리고 카드도 살 수 있고.
또 자동차 운전도 할 수 있고. 빨리 어른 되고 싶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아들의 어른 되고픔의 이유를 알고 나니 흥미롭네요. 무엇보다 제일 먼저 말해준 글자 읽기가 관심을 끌어당겼습니다. 아이에게 재차 물었어요. '글자 읽을 수 있잖아. 점점 더 읽을 수 있는 한글 늘어가고 있잖아', 하고요. 했더니, 대답하네요.
"어. 근데 어른들은 빨리빨리 다 읽잖아. 그림 없는 책도 잘 읽고."
어른을 생각하는 아들의 입장을 듣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답답해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졌네요. 집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면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며 무슨 책이냐 물으며 소리 내 읽어달라고 하곤 하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나 보구나 생각 들었고요.
그건 그렇고. 나는? 나 어릴 적에는 어른이 빨리 되고 싶다, 하고 생각하던 적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때의 어린 나는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회상해 봤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네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만 기억납니다. 아마도 하루하루 너무 신나게 놀아서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할 새가 없었나 봅니다. 아니면, 주변 어느 누구도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일 듯합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아들은 언제나 뒤이어 제게 묻는답니다.
'엄마는? 엄만 어른이 되면 뭐가 될 거야? 뭐 하고 싶어?'라고요. 그럴 때면, 어른인 엄마는 생각하고 대답해요. 엄마는 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멋진 작가님도 되고 싶고, 도움 되는 강의도 하고 싶고 또, 프랑스 노을을 배경 삼아 맘껏 그림도 그리고 싶고, 쇼팽의 녹턴을 직접 연주해 너에게 들려주고도 싶어. 그리고, 빨간 람보르기니 운전도 하고 싶고...
"람보르기니? 좋아. 내가 그건 사줄게."
오우, 아들. 어쩌다 보니 일단 한 가지는 눈깜짝할 새에 이뤘네요! 아들이 사 준 빨간 자동차를 타고선 내가 그린 그림이 걸려있는 갤러리에 도착했더니 쇼팽의 음악이 흐릅니다. 중앙 갤러리 한쪽엔 북콘서트 포스터가 큼직 막하게 걸려있는..., 자유로운 상상을 맘껏 해봅니다. 와아. 기분 너무 좋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