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 생각

꽃보단 레고

by 김혜진




엄만 생일에 뭐 받고 싶어?
꽃? 아니면 여자 레고?





일 년에 단 한 번인 기회. 아들의 생일은 10월과 함께 지나갔고 이제 남은 건 아빠와 엄마의 생일이라며, 또다시 달력을 보고 하루 이틀 남은 날들을 셈하기 시작합니다. 옆에서 슬쩍 떠봅니다. '엄마 선물 준비하려고 그러나? 그동안 저금은 잘 해뒀나몰라. 근데 엄마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있으려나?' 하나만 물으려 했는데 연이은 질문이 새어 나오네요.





"당연하지!"


"우와. 정말? 뭐 해줄 건데?"


"음, 엄마는 여자니깐 꽃? 꽃 해줄까?"


"꽃 좋아하지. 꽃 한 다발 가득 받고 싶다"


"아니다. 엄마한테 더 좋은 게 있다!"


"그게 뭔데?"


"엄마도 레고 맞추는 거 좋아하잖아. 엄마 내가 여자 레고 사줄게. 여자친구들이 좋아하는 예쁜 레고 어때. 좋지? 역시 꽃보다는 레고지."





선택지를 주려나, 했는데 곧장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나저나 레고라니. 알록달록 블록 선물이라...



‘레고 좋아하는 엄마'라는 인식이 아이에게 심어져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네요. 선명한 컬러의 조각조각 블록들을 맞추며 완성해 가는 수고가 몰입하는 재미로 바뀌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데요. 그렇다고 좋아한다고 하기까지는, 아. 잠시만요. 레고를 떠올리며 생각을 하다 보니, 아들의 숨겨진 의도가 수면 위로 떠오르네요.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엄마 생일선물로 꽃보다는 레고를 선택한 진짜 이유요.



명분 있게 레고를 구매한다.

새로운 레고를 조립한다.

다만, 여자인 엄마를 고려해서 '여자'레고를 고른다.



가설을 세워보니, 아이의 의도와 딱 들어맞네요. 꽃도 꽃이지만, 레고를 받고 싶어지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예쁜 레고 선물로 받고 싶어 지네요. 이대로만 간다면, 올해엔 왠지 아이의 선물 고르기 작전이 성공할 것 도 같은걸요.



아이 옆에 앉아서 작디작은 레고조각 부품 찾아주는 역할을 할 때면 간혹 손톱이 뜯기고, 손등에 상처가 나서 아플 때도 있답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소한 이유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공유가 그 어느 무엇보다도 가치 있다 생각이 들어요. 나란히 앉아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느낌도 든답니다.



얼마 전 아들이 얘기한 한마디가 선명히 떠오르네요.



"엄마! 레고를 만든 고트프레드는 정말 훌륭하다. 그치? 아이들 재밌게 놀라고 발명해 주셨잖아."



일곱 살 아들과 더불어 레고의 진짜 재미에 점점 더 스며들고 있는 엄마입니다. 이번 생일, 아들 덕분에 꽃이 아닌 '여자 레고' 한번 받아봐야겠습니다.






덴마크 말로 LEGO는 레그 고트(Leg Godt)의 줄임말인데요. 알고 보니 그 뜻은 바로, "즐겁게 놀아라"라고 합니다. 레고의 아버지인 고트프레드의 철학이 전해지는 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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