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그 달콤함이 처음으로 족쇄로 느껴진 순간
직장인에게 승진은 마약과도 같다.
더 높은 직급, 더 넓은 권한, 그리고 두둑해지는 연봉.
나 역시 그 달콤함에 취해 앞만 보고 달렸다.
매니저에서 시니어로, 그리고 부사장까지.
나의 관할 구역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그리고 마침내 미국과 유럽까지 확장되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총괄.
누군가는 "성공했다"라고 말했고,
나 스스로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성공의 이면에는 '나'라는 사람이 없었다.
내 하루는 시차와의 전쟁이었다.
새벽 5시, 눈을 뜨자마자 미국 본사와의 회의로
하루를 시작한다.
해가 중천에 뜨면 아시아 각국의 지사들과 씨름하고,
퇴근 시간이 지날 무렵이면
유럽 지사들이 깨어나 업무를 시작한다.
내 몸은 한국에 있었지만,
내 시간은 24시간 돌아가는 지구본 위에서
찢겨 나가고 있었다.
여기에 매 분기 조여 오는 매출 압박은
숨 쉴 구멍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승진하면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올라갈수록 더 거대한 톱니바퀴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늦은 밤 컨퍼런스 콜을 마치고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갑작스럽게 번아웃이 찾아왔다.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한번 터진 의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지금은 젊으니까 버티지만, 40대, 50대가 되어서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할 수 있을까?'
'그때의 나는 과연 행복할까?
아니, 그때까지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삶인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나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임원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더했다.
그들은 회사를 위해 가정과 건강을
담보로 잡힌 인질처럼 보였다.
결론은 명확했다.
이 시스템 안에는 내가 원하는 미래가 없다.
회사가 주는 달콤한 마약(월급)에 취해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더 이상 예전처럼 일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업무 스타일을 바꿨다.
예전에는 회사를 위해 120%를 쏟아부었다면,
이제는 '딱 필요한 만큼'만 하기로 했다.
다행히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 덕분에,
남들보다 적은 시간으로도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확보된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해 썼다.
그때부터 퇴근 후 모든 시간에
나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했다.
"부가 수입(Side Income)을 만들자."
목표는 단순했다.
내 부수입이 지금의 연봉만큼 되는 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표를 던지리라.
그리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리라.
결심은 섰지만 막막했다.
10년을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내가,
야생에서 사냥을 할 수 있을까?
코딩을 할 줄 아는 것도,
특별한 기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당시는 스마트스토어 열풍이 불기 시작하던 때였다.
진입 장벽이 낮아 보였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라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캠핑."
주말마다 나를 숨 쉬게 해 주었던 유일한 취미.
캠핑용품이라면 밤을 새워 떠들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걸 한번 팔아보자.'
낮에는 임원으로,
퇴근 후에는 초보 장사꾼이 되는 이중생활.
그렇게 나의 무모하고도 치열한
'퇴사 준비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다음 이야기]
"그래서, 회사만 다니던 사람이
장사를 해서 얼마나 벌었는데?"
캠핑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현실은 낭만이 아니었습니다.
물건을 떼오는 것부터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것,
CS 처리까지... 모든 것이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회사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었던
'돈을 버는 야생의 감각'을 깨우치게 됩니다.
다음 화에서는 "좌충우돌 온라인 쇼핑몰 창업기
(feat. 매출 0원에서 월 매출 O천만 원까지)"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