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엑시트, 그리고 자만심의 씨앗
회사와 사업을 병행한 지 3년.
내 몸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었다.
낮에는 회사에서의 매출 압박,
밤에는 쇼핑몰 사장으로서의 육체노동.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던 중, 내 인생과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꿀
결정적인 변수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가장 큰 변화는 '아이'였다.
딩크족에 가까웠던 우리 부부에게
축복처럼 아이가 찾아왔다.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지만,
냉정하게 대비해야 할 것들도 있었다.
나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이자
CS와 물류를 전담하던 아내가
현장에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사람을 더 쓰자니 인건비가 부담스러웠고,
내가 다 하자니 본업에 지장이 생길 판이었다.
창고 월세와 관리비는
숨만 쉬어도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재고는 쌓여가는데,
그것을 관리할 손발이 묶여버린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육체적 피로가 한계에 다다를 무렵,
잊고 있던 곳에서 진짜 위기가 터졌다.
바로 '부동산'이었다.
사업을 하며 모아둔 돈으로
매수해 둔 소형 아파트가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세입자 만기 시점에
전세가가 폭락하는 '역전세'를 맞은 것이다.
"사장님, 지금 그 가격에는 전세 못 맞출 것 같아요.
금액을 많이 내리셔야 돼요".
2~3개월 내로 당장 현금 5천만 원을 마련해야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미 실거주 집을 포함해 2 주택자인 상황이라
대출 규제는 꽉 막혀 있었고,
그나마 있는 신용대출 한도도
사업 운영 자금과 실거주 집 구매에
모두 끌어다 쓴 상태였다.
'흑자 도산이 남의 일이 아니구나.'
자산은 있는데 당장 융통할 현금이 씨가 말랐다.
내 돈은 전부 벽돌(부동산)과 박스(재고)에
갇혀 있었다.
유일한 탈출구는 사업을 정리해
현금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련이 남았다.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급한 불을 끈 뒤,
이 사업에 올인하면 어떨까?'
지금 매출이 정체된 건
내가 회사 일 때문에 전력을 다하지 못해서다.
내가 전력투구한다면 분명 '넥스트 레벨'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의 노예에서 벗어나,
온전한 '내 것'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결국 저울의 추를 기울인 건
'태어날 아이'와 '가장의 책임감'이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올 생명을 두고,
모험을 할 용기가 없었고
솔직히 자신도 없었다.
당장의 꿈보다는 매달 꽂히는 월급의 안전함이,
그리고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목돈이 절실했다.
"팔자. 지금 팔아서 현금을 만들자."
결심이 서자 운영하던 사업에도
슬슬 마음이 뜨기 시작했고
전세 만기일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정성스럽게 글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는 캠핑 끝물이었지만,
이미 브랜딩 된 '알짜 매물'을 찾는 수요는 여전했다.
수십 명의 연락 중
가장 적극적인 매수자와 협상을 진행했다.
이때도 회사에서 쌓은 협상 스킬을 총동원했다.
단순히 재고 처분이 아니라,
'안정적인 시스템과 브랜드 판권'을 파는 것이라
강조하며 몸값을 방어했다.
결국 만족할 만한 권리금과
재고 비용 전액을 인정받으며 도장을 찍었다.
입금 알림이 울리던 날.
그동안의 땀과 눈물, 창고의 재고들이
'숫자'로 치환되어 내 통장에 꽂혔다.
가장 먼저 역전세로 내려간 전세금을 해결했다.
앓던 이가 빠진 듯한 해방감이었다.
남은 돈으로 신용대출 일부를 갚고 나니,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더 이상 CS 전화도, 재고 걱정도,
전세금 압박도 없었다.
무엇보다 "직장 다니면서 부업으로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고, 목돈까지 쥐었다"는
사실이 나를 고무시켰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이 성공 경험이 나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줄은.
"위기가 와도 나는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어.
언제든 맨땅에서 혼자 설 수 있다고 “.
운과 시류가 좋았던 것을
오로지 내 '능력'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이 '근거 없는 자신감(자만심)'.
이것은 훗날 내가 아무런 준비 없이
회사에 사표를 던지게 만드는(1화의 비극),
가장 결정적인 트리거가 되었다.
[다음 이야기]
사업을 정리하고 급한 불도 껐습니다.
통장에는 여전히 여유 자금이 남았고,
가정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회사에서는 승진을 앞두고 있었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돈이 생기고 여유가 생기니,
회사가 더 다니기 싫어졌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엑시트 이후 찾아온 공허함,
그리고 결국 가장 높은 곳에서 사표를 던지게 된
'진짜 이유'를 나눠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