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넘어선 재도약

MARS의 탄생

by Travis W LEE

30명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에 폐허만 남을 줄 알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되었습니다. 8년 전의 인연, LG전자 정책임님과의 재회는 아뮤즈 2.0의 불꽃을 지폈죠. 저는 빚더미 속에서도 과감히 '선택과 집중'을 감행했고, 오프라인 매장들을 정리하며 오직 소프트웨어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아뮤즈는 약 2년 만에 직원이 30명까지 늘어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습니다. 30명의 직원들과 꿈에그리던 해외 워크샵도 다녀왔죠.

고객들은 우리를 신뢰했습니다. 단순히 요구사항을 듣고 뚝딱 만들어내는 방식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깊은 신뢰였죠. 우리는 서비스를 만들 때 단순히 "이거 해주세요!"라는 고객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뒤에 숨겨진 진짜 필요를 찾아냈습니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이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지?", "지금 요구하는 기능들이 과연 그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꼼꼼히 따져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 새로운 제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MyCup, LGSC, ThinQ와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모두 수주하며 우리만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나갔습니다.


4개월 만에 박살 난 프로젝트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에는 늘 그림자가 따르는 법이죠. 그러던 중, 우리에게 엄청난 숙제를 안겨준 프로젝트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PLAS (Production Loss Analysis System)였습니다. 스마트 팩토리는 오래된 토픽이지만, 단순히 계획/실행 시스템에 그쳐 있었고, 제조 공정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얼마나 만들고, 지금 얼마나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생산에 차질이 생겼을 때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이 시스템의 목표는 설비 관점, 공정 관점, 부품 관점 등 여러 관점에서 '4대 무작업'을 정의하고,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로부터 수집한 설비 데이터를 가공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아 공정을 개선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조 현장에 계신 분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생산 전문가들이 모여 시스템 개발을 위한 논의를 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로직'은 수도 없이 뒤집어졌습니다.

제조 현장에 있는 분들은 데이터 표준화나 알고리즘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고, 우리는 그들의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됩니다"라고 얘기하면서도, 막상 표준화를 하는 시점에서는 제조 현장에서는 수많은 숨겨진 이야기와 변수를 이해 해야만 했습니다.

개발자들은 그 미묘한 차이를 캐치할 수 없었고, 계속해서 실패했습니다. 2023년 3월, 6월까지 완성하기로 하고 시작된 프로젝트는 2023년 7월, 결국 산산조각 났습니다. 담당하던 개발실장은 퇴사했고, 개발 담당자들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도망갔습니다.


이것만 넘을 수 있다면

저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담당 상무님을 직접 찾아가 사죄하고,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테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뮤즈에 엄청난 손해를 끼쳤지만, 그냥 그만두기에는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고, 그동안 쌓았던 신뢰가 모두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저는 회사를 등지고 직원 한 명과 함께 창원으로 파견을 나갔습니다. 이것을 넘지 못하면 다음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정말 죽을힘을 다했습니다. 매일같이 제조 현장 전문가들과 회의하고, 그 자리에서 개발을 함께했습니다. 데이터의 의미 하나하나를 찾아나가고, 현장을 배우고, 설비를 이해하며 하나씩 하나씩 다시 만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잘못 이해하면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모든 작업을 다시 해야 했기에,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새벽 2~3시에 잠들기를 3개월 동안 반복했습니다. 그 사이 회사는 또다시 어려워졌고, 계속해서 적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포기하더라도 저는 이 프로젝트를 끝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11월, PLAS는 성공적으로 론칭했습니다! 피땀 흘려 매달린 결과였습니다. LG Awards에서 수상까지 하면서 함께 고생한 담당자들과 축배를 들었을 때,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우리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1개국 셋업 여정

PLAS의 성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각종 해외 생산 법인에서 발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태국, 멕시코,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2024년 한 해 동안 저는 해외 출장을 수도 없이 다니며 11개 국가, 13개 도시, 45개 제조 라인에 이 시스템을 셋업했습니다. PLAS는 회사를 되살렸을 뿐만 아니라, 그 기술력을 기반으로 설비 모니터링, 디지털 트윈, AI 카메라를 이용한 공정 분석, 설비 이상 감지 및 예지 보전을 하나로 결합한 통합 시스템인 MARS (Manufacture Analysis & Reporting System)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MARS는 2024년 11월쯤부터 외부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자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제품 개발 POC(Proof of Concept)부터 생산, 제어, 상용화, 모니터링, 사후 관리(펌웨어 업데이트/수리)로 구성되는데, 아뮤즈는 이 모든 과정에서 골고루 경험을 갖게 되었죠.

2025년 7월. 이제는 50명으로 불어난 직원들과 함께 여러 분야에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 부서에서 우리를 찾기 시작했고, 아뮤즈와 함께 일하는 것을 즐거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아뮤즈가 이렇게 다시 일어서서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저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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