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공든 탑이 무너지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제 인생의 모든 것을 뒤흔들었습니다. 지난 8년간 쌓아 올린, 제 전부와 같았던 사업들이 한 달 한 달 지날 때마다 마치 모래성처럼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문을 닫는 상점이 속출하고,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며 모든 오프라인 활동이 마비되었죠. 제가 야심 차게 늘려나갔던 12개의 매장들은 순식간에 '돈 먹는 하마'로 전락 해 버렸습니다.
정부 지원금이 약간 있긴 했지만, 매장 하나도 견디기 힘든 금액이어서 그것으로는 감당이 안되었습니다. 처음엔 1달, 길어도 3달이면 이상황이 끝날것이라 믿고 여기저기 돈을빌려 매장을 유지하고 버티다보니 2동안 매달 5천만 원에 달하는 돈이 마치 거대한 싱크홀처럼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수도 없이 이어졌고, 눈을 감으면 악몽을 꾸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죽기 살기로 노력하며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직원들의 얼굴을 볼 면목조차 없었고,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은 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이대로 모든 것을 포기할까?',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몇 번이나 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가족들에게, 그리고 저를 믿고 함께해준 직원들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수억원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5년이 넘는시간동안 저는 그 빚들을 모두 갚아나갔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는 비록 오프라인 사업에는 치명적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이 시점부터 각종 비대면, 언택트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쇼핑, 화상 회의, 원격 교육 등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이루어졌죠. 바야흐로 '개발자 황금시대'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외면하려 했던, '생업을 위한 수단'이라고만 여겼던 개발 역량이 이제는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무기가 되어 돌아온거죠.
그 절박한 시기에, 저는 한 통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8년 전, '창원 기업체 직장인'이라는 메일 한 통으로 LG전자와의 인연을 시작하게 해줬던 정** 대리님이었습니다. 이제는 '책임'이라는 직함을 달고 계신 그분으로부터 말이죠.
정** 책임님은 수리기사용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는데 기술 논의를 좀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연락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응했습니다.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있었고, 당장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저는 이때부터 '선택과 집중'을 감행했습니다. 그동안 벌였던 모든 오프라인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저의 본질적인 역량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랫동안 제가 외면하고 싶었던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디어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결단은 아뮤즈 2.0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저와 아뮤즈는 그렇게 다시 한번 날아오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은 회사에 집중하는 제 모습을 반겼고, 응원했죠. 비록 막대한 빚을 짊어졌지만,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