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불안해서 개발 배우려고요' '이 직업은 결국 치킨집 사장이에요' '공무원 준비하려고요'
주위에서 자주 듣는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영원할까?'라고 말이다. 물론 소위 사짜 직업들은 왠지 영원히 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그것도 소수에 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너는 뭐 대단한 직업을 가졌길래?라고 반문할 수 있다. 나도 그냥 직장인 기획자 나부랭이다. 하지만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든 생각의 결론은 '다 똑같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짜 직업들은 예외일 수 있다)
운동선수 시절 계속 전국에서 1등 할 것만 같았다. 계속 잘 나가고 이대로 올림픽까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계속 대표팀에서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역시나 끝은 있었다. 대학교 내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다가 4학년 실업팀을 갈 시기에 꼬꾸라지기 시작했다. 뭐 그때도 나름 연봉에 대한 불만과 걱정은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코치를 해야지라는 단순 무식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것도 역시나였다.
어째 저째 들어간 실업팀을 짧게 마치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했다. 둘러보니 코치라는 자리는 부족했다. 좁은 대한민국 땅덩어리에 내가 하는 스포츠 시설은 한정적이었고, 당연히 코치 자리는 기존 코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선수는 은퇴하고 트레이너로 전직했다. 나름 선수 트레이닝으로 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공부도 열심히 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알아주는 자격증도 여럿 취득했다. 근데 내 노력에 비해 직업에서 오는 성취도는 한정적이었다. 돈도 열정도 말이다.
그리고 미래를 걱정하며 석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학원 내에 연구원 생활을 했다. 목표는 체육과학연구원 '가급 연구원'. 박사 학위자가 들어갈 수 있었다, 연구만 하면서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갈 땐 가능할 줄 알았다. 역시나 오만한 생각이었다. 석사도 안 딴 학사 나부랭이가 박사를 넘어 '가급 연구원'을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현실은 석사 논문 쓰기도 힘들고, 내 머리로는 외국에서 공부하다 온 엘리트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현실의 벽은 높기보다 뭘로 만들었는지 쓰더라.
그리고 대학병원 사무원, 콘텐츠 기획, 현재 직업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정말 많이 했다. 고향 부산을 벗어나서 서울에 올라와 생활하며,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생활하려니 먹고사는 것에 대한 걱정은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 말고도 어떤 직업이든 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러 일을 하며 내가 만난 의사, 약사,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중견기업 사장, 교수 모두 다 미래를 불안해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본인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두려워했다. 혹은 영업 능력이 떨어져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했다. 전문기술이 있어도 나이가 들수록 당연하게도 실력과 인맥이 중요해진다. 젊은 전문기술자들은 계속 나올 것이고 신체나 지식은 밀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과연 불안하지 않은 수가 있을까 싶다. 인간 특성상 당연히 불안함을 계속 느끼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저 다 배우고 경험해야겠다는 열린 생각으로 살고 있다. 부족한 것도 많으니 배울 것도 너무 많기도 하다. 하지만 열심히 배우면서 나만의 '오리지널'함을 가져가다 보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리고 내 미래에서도 꽤 쓸만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이를 먹었어도 저 사람이 아니면 안 돼 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렇게 매일 새벽마다 울리는 알림을 끄면서 '우선 함 해보자!'라는 마인드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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