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대중교통을 타자마자 내 앞에 자리가 생겼다. 그리고 내렸는데 갈아타는 버스가 바로 왔다. 회사에 출근해서 준비한 PT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오늘 뭔가 될 거 같다. 점심도 맛있는 걸 먹었고, 마침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 커피도 맛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앞뒤 안 가리고 밀치는 사람 때문에 넘어졌다. 아... 오늘 즐겁던 하루가 다 최악이 된다.
이런 경험 한 번쯤은 다들 있을 것이다. 이것을 바로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이라고 한다.
바로 마지막 순간의 경험이 전체의 경험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마무리는 늘 쉽지 않다. 좋은 이미지를 주다가 마지막에 말 한마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마지막에 최악의 경험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피크 엔드 예시
떠오르는 순간이 하나 있다. 많이들 이케아를 예시로 들기 때문에 다른 예시를 들겠다. 바로 '액티브 X'.
무난 무난하게 은행 업무나 쇼핑을 하다가 주문서를 작성하고 마지막에 결제할 때나 인증할 때가 돼서 인증서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뜬다. 그리고 인터넷 창이 종료된다.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다시 들어간다. 주문서를 다시 작성하니 팝업을 해제하란다. 팝업 해제 후 주문서 초기화... 이렇게 되면 아무리 앞단의 경험이 좋았어도 결국 결제를 포기하게 된다. 지금은 액티브 X가 거의 사라져서 다행이지만,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경험들을 경계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마지막 경험이 서비스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출과도 연관된다.
내가 생각하는 또 한 가지 나쁜 경험이 있다. 바로 탈퇴를 어렵게 하는 것.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구독을 해지하려고 하는데 탈퇴 버튼이 숨겨져 있거나 계속 팝업을 띄워서 탈퇴를 강제적으로 미룬다. 아니면 꼭 웹으로 방문해서 탈퇴를 하게 한다. 서비스가 아무리 최고였어도 이런 영악한 UX는 서비스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든다.
일상에서의 피크 엔드 적용
일 이외에도 우리는 우리 삶에 피크 엔드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 힘든 운동 후 맛있는 음식을 맛본다. 하루종일 힘든 하루 집에 가서 맛있는 치맥을 먹는다. 아니면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떤다. 아니면 좋아하는 게임을 한다. 즉, 힘든 하루였을수록 나를 위해 일부러라도 내가 좋아하는 경험을 시켜준다. 그랬을 때 '우리는 오늘 하루 고생했지만 사는 게 그렇지'라는 마인드를 만들 수 있다. 습관을 만들 때도 이 방법은 유용하다. 우리가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일 끝에 달콤한 보상을 준다. 다시 반복할 때 이 보상은 그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된다.
누군가와 헤어질 때도, 일을 마무리할 때도, 음식을 맛있게 만들고 그릇에 담을 때도 어떤 일이든 마지막이 있다. 그것이 뭐든 간에 마지막을 좋게 마무리하는 건 정말 어렵다. 그래서 말인데 이 글도 마지막을 어떻게 끝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