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다 보면 수영이란 종목은 계절이나 날씨를 많이 탄다고 느낀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달리기에는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영은 달리기와 비교하면 매우 안전(?)하면서 계절이나 날씨를 타지 않는 편에 속하는 거 같다. 한국 대부분의 수영장은 실내수영장이므로 항상 적절한 수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영장까지 가는 길은 논외다. 더운 여름에 밖에 있다가 물속에 들어가면 매우 시원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름에 계곡이나 바다 아니면 워터파크, 수영장으로 놀러 간다. 그런데 수영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여름도 괴로워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팀에서 여름에 훈련할 때였다. 물속에서 훈련을 하는데도 더위로 인해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훈련 중간마다 얼음을 목뒤나 머리에 댔다. 샤워장으로 달려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기도 했다. 분명히 그 전주까지 더위로 이렇게까지 고생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훈련을 할 때는 햇볕으로 인해 달궈진 수영장이 전체적으로 더워졌다고 생각했었다.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름에 수영장 위에 관중석에 1분만 있어도 땀범벅이 될 정도로 더웠다. 그래서 그 더워진 공기가 수영하는 곳까지 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알아보니 평소보다 수온을 1도를 높였다고 한다. 여름인데도 말이다. 민원으로 인해 높였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리는 시체육회 소속이었으므로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일반 회원들이 이용하는 시간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이용한 시간은 바로 노인분들의 수업 후 시간이었던 것이다. 노인분들은 수영장 물에 들어올 때 차갑다는 이유로 물의 온도를 높여달라고 민원을 넣었던 것이었다. 그 여름은 몇 주 동안 지옥이었다.
더운 여름은 수영할 때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바로 시합장에서도 괴롭다. 선수들이 대회를 뛰는 50m 수영장은 대체로 크기가 매우 크고 독립적인 시설이다. 여름이 되면 수영장은 햇빛에 달궈질 대로 달궈져 물속을 제외한 모든 곳은 습하고 덥다. 특히나 관중석은 더 습하고 더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대기하고 응원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끼리의 열 때문에 더 덥다. 간혹 가다 에어컨이 있는 곳도 있지만 그 주위만 시원할 뿐이다. 그래서 여름에는 보통 관중석에서 동료를 응원하기가 어렵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나서 빨리 지치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경기시간이 보통 오전에는 3시간 정도 오후에도 3시간 정도 진행됐다. 대회가 없는 날에는 그곳에서 6시간씩 대기한다면 정말 최악의 시간을 겪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관중석에 있기보다는 빨리 숙소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었다.
수영선수에게 여름이란 좋은 것일까? 햇볕에서 해야 하는 다른 야외 종목들과 비교하면 복에 겨운 거 같기도 하다. 햇볕이 없어도 뜨거운 바람이 부는 여름에 야외에서 훈련하는 것은 매우 고역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수영 선수였다고 말하면 단순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겨울에 수영하면 힘들지 않으세요? 그래도 여름에는 괜찮겠다' 이런 식의 질문과 답변도 함께 말이다. 그럴 때는 '추워서 힘들긴 했어요'하고 끝내지만, 여름도 끝내주지는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