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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와 언론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이유

‘부정선거론 유발자’ 중앙선관위와 언론의 ‘받아쓰기’를 탄식하며

by 신형준

25년 5월 30일 오전 7시쯤, 경기도 용인의 어느 대선 투표장에서 관외 투표를 하려던 분(이하 ‘A’)이 받은 반송 봉투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나왔습니다.


A는 바로 선거관리자에게 신고했고, 해당 투표용지는 무효 처리됐습니다. 이 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사건 직후인 30일 오전 언론, “A의 자작극으로 의심돼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수사를 통해 밝힐 문제입니다. 하지만 본투표 개시까지 만 70시간도 안 남은 대선 국면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를 여느 다른 사건처럼 ‘앞으로 수사해서 밝히겠다’고 ‘한가하게’ 넘길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만약 A가 자작극을 한 것이 아니라면, 중앙선관위는 A라는 ‘이 나라의 참 주인’인 국민의 인격을 말살한 폭거를 저지른 것입니다. 자신들이 선거 관리를 잘못해 놓고는 그 책임을 국민에게 일단 뒤집어씌워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② 만약 자작극이었다면, A가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 용지 한 장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는지 밝혀야 합니다. 이는 분명 선관위의 투표용지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③ 만약 A씨가 ‘기표된 용지’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도 생각해야 합니다. 개표 때 해당 봉투에서는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의 기표 용지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는 바로 부정선거 주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부정선거론, 더는 좌시할 수 없는 중차대 사안


이래저래 이 사건은 정말로 중차대한 사안입니다.


현금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론’은 ‘지구편평론’처럼 바보들의 문제로 치부할 사안이 더는 아닙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이 부정선거론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론 운운하면서 계엄을 했다가 파면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부정선거론을 믿었던 윤석열이 바보였든 아니든,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선거 관리상의 부실은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를 관리하는 사람(투표관리관)을 모두 대한민국 국적자로 한 겁니다.


그 모두가 초미의 관심사로 지켜보는 사안인데 이런 사태가 난 것입니다. 선거 관리의 부실이랄까 ‘부정’일지도 모를 다른 사건들도 지금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합니다.


◆태평천하 중앙선관위


그럼에도 중앙선관위는 ‘태평천하’입니다.


이 사건이 터진 지 만 27시간이 지났지만(25년 5월 31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여전히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는 해당 사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필자조차 30일 오후 중앙선관위 선거관리과와 홍보과에 각각 전화했지만 ‘추후 사건 내막이 정리되는 대로 밝히겠다’고 앵무새처럼 되뇔 뿐이었습니다. 왜 그를 ‘자작극자’로 지목했는지 필자가 물었지만, 중앙선관위는 최소한의 근거조차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자칫 부정선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건인데도요.


중앙선관위는 최소한 이 사건의 개요나 초기 단계일지언정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할 의무가 있습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가 왜 존재합니까? 국민에게 선거와 관련한 중차대한 문제를 신속하게 알리기 위함입니다. 국민은 선거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 만큼은 언론보다 중앙선관위를 신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정상적인 국가입니다. 한데도 중앙선관위는 ‘남일’처럼 이 사건을 대하고 있습니다.


어제(25년 5월 30일) 중앙선관위와 통화한 필자는 중앙선관위야말로 ‘부정선거론 유발자’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전혀 않으니까요. ‘지금처럼 일하는 선관위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선관위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요즘 말로 하면, ‘세금 루팡’인데요.


◆ 사건 실체에 육박 노력조차 않는 무능 언론


언론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숱한 언론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언론에서도 A에 대한 인터뷰 시도는 없는 듯합니다. A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 한 줄 보이지 않으니까요. 중앙선관위의 입장을 ‘받아쓰기’만 한 보도만 넘칠 뿐. 왜 그 숱한 언론에서는 A의 인터뷰를 시도조차 않는 것인가요? 만약 시도했지만 A가 거부했다면 그 사실을 보도하면 됩니다. 그러면 국민 입장에서 ‘사건 정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정선거론을 강화시킬 수도 있는 무척이나 중차대한 사건입니다. 위기를 모면하면서 시간을 벌기 위함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중앙선관위는 ‘잘못된 것을 신고한 사람’을 부정선거를 획책한 사람으로 몰았습니다. 이게 선관위의 무능인지, ‘단순 실수’인지, ‘부정의 소지’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사건 주요 관계자’를 인터뷰해야만 합니다. 그게 A입니다.


◆부정선거론 확대재생산 주범은 중앙선관위?


만약 중앙선관위가 ‘개인 정보 보호’ 운운하며 A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 중앙선관위야말로 ‘부정선거론 유발자’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개인 정보 보호 운운하면서 시간벌기에만 급급한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주는 게 말이 되나요?


만약 중앙선관위가 A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을 거부한다면, 중앙선관위 출입기자단이 나서서라도 중앙선관위를 압박해야 합니다. 그게 언론의 사명이자, 정도입니다.


저는 절망하고 분노합니다. ‘그저 시간벌기에만 급급한 듯하며, 아무런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국민을 부정선거 획책자로 몰아가는’ 중앙선관위와, 사건 실체에 육박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받아쓰기에만 열중하는 언론에 대해 말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도 냉정히 ‘사전 투표’에 대해 생각할 때입니다.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문제가 터진 것은 죄다 사전 투표였습니다. 사전 투표를 지금처럼 해야 할까요? 국민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할 시간이라고 봅니다.


#중앙선관위 #부정선거론 #언론의받아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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