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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이기적인 의사들의 글을 읽을 때의 분노란

by 신형준

지인이 오늘(25년 6월 17일) 오전, 어느 의사의 글을 카톡으로 보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홍보 및 공보이사를 하면서, 의사들의 극도로 이기적인 글과 생각에 치를 떨게 된 지 오래입니다. 이분 글 역시 다를 바가 없네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448461?sid=110


몇 가지만 지적합니다.


1. 대학병원 의사가 하루에 10명 환자만 봐도 병원 운영에 걱정이 없어야 한다고요? 그럼 치료나 수술 비용을 확 올리자는 겁니다. 그 돈 누가 대나요? 귀하가 댈 거요? 세금 걷은 것, 의료비에만 쓰자고요?

아, 우리나라 병원비는 외국에 비해 싸다고요?


그럼 역으로 물을게요.


저는 지난 2009년부터 자유인으로 살면서 연 수입이 없습니다. 한데요,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합한 ‘건강관련보험료’는 1년에 300만 원 정도를 냈습니다. 2009년 이후 만 16년이 넘도록 병원에 간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며, 정기건강검진은 단 한 번도 받지 않았지만... 세상 그 어느 나라에서, 연 소득도 없이 1년에 정기건강검진조차 받지도 않는 이에게 연 300만 원을 세금처럼 건강관련보험료랍시고 물리나요?


제 주변에 은퇴한 사람들이 요즘 가장 고심하는 게 뭔지 아시나요? 건강관련보험료입니다.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연금이든 받는 즉시 대부분 건강관련보험료를 내게 됩니다. 해서, 은퇴자들은 어떻게든 직장에 취직하려고 합니다. 일이 좋아서? 아뇨, 지극히 부담스러운 건강관련보험료를 적게 내려고요.


2. 없는 분들에게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제도는 ‘복지 중의 복지’이지만, 가진 자들에게는 ‘세금 중의 세금’입니다.


이렇게, 국민에게서 갹출(봉급쟁이의 경우, 소득의 8.01%를 부담해야 합니다. 이중 절반은 고용주가 내지요.)한 건강관련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쌓아놓고 있다가, 환자들이 병원비를 지불할 때 공단이 내는 겁니다. 즉, 국민은 병원비를 ‘선납’한 겁니다. 한데 병의원비가 무조건 싸다고요?


그럼 필자 같은 사람은 뭔가요? 2009년 이후, 만 16년 동안 병원을 찾은 건 열 차례도 안 되는데, 건강관련보험료로 낸 돈은 4000만 원이 넘는데요? 병원에 한 번 갈 때마다 400만 원을 낸 셈인데.


그나마 저는 낫습니다. 잘 나아가는 기업에서 등기 이사 이상으로 일하는 봉급쟁이는 건강관련보험료로 연 5000만 원 이상을 내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이 병의원에서 터 잡고 사는 것도 아닐 터인데, 왜 연 5000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할까요?


3. 머리도 식힐 겸, 우리 외식비 한 번 따져보죠.


미국 뉴욕에서 한 끼 식사하려면 팁(미국에서 팁 안 주면 어떤 대우 받는지 아시죠?)까지 얼마를 줘야 할까요? KFC 같은 햄버거나 냉동식품, 혹은 길거리 음식을 먹지 않는 이상, ‘그만그만한’ 식당에서도 조리한 음식은 한 끼에 팁 포함 10만 원으로도 먹기 힘듭니다. 우리나라는 서울 광화문이든 강남이든 1만5000원이면 먹을 곳 많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식당 주인들이 “손님을 하루 20명 정도만 받아도 음식점 주인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음식 가격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다면? 아마 쌍욕을 먹을 겁니다.


한데요, 의사들은 이런 말을 너무도 쉽게 합니다. 제가 링크한 글을 쓴 사람도 이런 말을 한 것이고요. 이것, 받아들일 수 있나요?


물론 ‘완전한 자유 경쟁’에 노출된 요식업과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작동하는 우리나라 의료 시장 및 행정 정책을 동등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겠네요.


그러니 다른 예를 들까요?


우리나라에서 행정고시를 패스한 공무원들, 어떻게 일하는지 외국과 비교해볼까요? 우리는 하고한 날, 국정감사니 국정조사니, 국회 감사니 벌어집니다. 이때, 5급 이상 공무원들은 사실상 퇴근 못 합니다. 장 차관이 국회에서 대기하니, 실장 국장 과장 줄줄이 대기이지요. 그래서 5급 사무관까지 철야 근무하고요. 이분들이 “우리도 외국의 고위 공무원처럼 일하게 해달라”고 이야기한다면? 참, 우리나라는 고위 공무원일수록 기자나 시민단체에 대한 ‘응대’도 가능한 친절하게 잘 해야 하는 것 아시죠? 선진국에서 기자나 시민단체가 고위 공무원 만나려면 미리 인터뷰 약속 잡아야 하는데.


전방 지키는 군인들은 어떤가요? 특히 징집병이나 부사관 님들요. 국가를 지키는 대가로 이들이 받는 월급이나 대접을 생각해 보셨나요? 징집병 월급이 올라 편해졌다고요? 퇴근을 안 시키면 근무입니다. 징집병들, 퇴근 없죠? 그럼 24시간 근무입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징집병들을 이렇게 대접합니까?


헬조선에서 의사들만 ‘비인간적이고, 후진적 대접’을 받는 건가요?


4.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사회 속 의사들의 사회적 지위


이 사회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사회’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사실상 사라진 사회입니다. 교사가 학생에게 맞아도 학생인권조례와 아동청소년보호법을 따져야 하고요, 검사나 판사가 검새 판새로 불린 지도 오래입니다. 기자야 뭐 원래 기레기일 뿐이고요, ‘신성한 국방의 의무’랍시고 전방으로 끌고 간 우리 젊은이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한 번 가 보세요.


그에 비하면, 의사는 그래도 여전히 존중받는 편입니다. 귀하들, ‘선생님’이라고 여전히 불리잖아요. 직업별 소득도 가장 높고. 그래서 IMF 이후 다락같이 오른 의대 커트라인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고요. 그럼에도 의사들만 ‘자신들이 푸대접 받는다’고 이야기합니다.


5. 헬조선에서 의사들만 사는 게 아닙니다. ‘내적 개혁’부터 하세요.


진정, 의료 개혁을 원한다면, 의사 자신들부터 돌아보세요. 사실상 1분 진료로 끝나는 감기 환자를 하루 40명만 봐도 어려운 수술, 자칫 의료소송으로 이어지는 수술을 하는 의사보다 벌이가 실질적으로 좋은 게 현실이죠? 이것부터 고칠 생각을 하세요. 감기 환자 진료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공단지급금을 대폭 낮추거나 없애고, 대신 어려운 수술하는 의사들 수술비를 대폭 올리자는 주장을 의사 집단이 해 보세요. 많은 국민이 동의할 겁니다.


의사들, 이런 주장할 자신 없으시죠? 감기 환자를 돌보는 의사든, 수술을 하는 의사든 무조건 의사의 진료비나 수술비를 확 올려야겠죠?


그래서 당신들이 추악하게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국민 주머니만 빼먹을 생각하는.


제발 갈라파고스에서 나와서 세상을 넓게 보십시오. 헬조선에서 당신들만 사는 게 아니니까.


추신


지적으로 모자라 보일 뿐 아니라, 의사밖에 모르는 저런 편협한 사람의 글을 싣는 신문사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의료개혁 #의료비 #건강보험제도 #권복규 #편협이기적인의사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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