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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형준 Nov 07. 2023

현대판 하마(下馬)는 없애야 한다

판사가 법정에 들어설 때 ‘기립’ 폐지를 바라면서

개혁이 화두인 시대, 오래된 불만 하나 이야기하렵니다.     


판사가 법정에 들어설 때, 재판 관계자는 모두 일어납니다. 일어나지 않는다고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법정 청원경찰이 우렁찬 목소리로 “기립”을 외칠 때, 안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니, 청원경찰이 없어서 “기립” 외침이 없어도 다 알아서 일어납니다.       


우리나라만 이런 게 아닌 것으로 압니다. 소위 선진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데 선진국도 이러니까,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잘못된 것, 고칠 것은 우리가 먼저 고칠 수도 있는 겁니다.     

갑오경장으로 신분제가 폐지된 지 130년 가까이 된 나라입니다. 그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 그 자체로 ‘남과 다른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되는 세상입니다.      


저는 ‘구태’는 하루라도 빨리 벗는 게 낫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와도 일어서지 않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법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를 ‘판사가 들어설 때의 기립’으로 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판사는 전관예우니 뭐니 이런 것에서 자유롭게, 법에 따라 신뢰할만한 판결을 내리면 되고, 그에 대해 국민은 존경과 신뢰를 표하면 됩니다. 판사가 그렇지 못했을 때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요. 물론 법정에서 대한민국 법체계를 모욕하거나 따르지 않는 이는 당연히 중하게 처벌하면 됩니다.      


그 어느 법정 관계자보다도 높은 곳에 앉아 ‘나는 니들하고는 지위가 달라’라는 ‘물리적인 권위’까지 높게 부여받은 재판정의 판사가 기립 인사까지 받는 게 과연 합리적, 아니 근대적인 것일까요? 이러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판사의 오만이 싹트는 것은 아닐까요?     


예를 들어, 교사의 권위를 높인다면서 교사가 교실에 들어설 때 학생에게 무조건 일어서게 하는 게 과연 교육의 권위가 진정 높아지는 것일까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가 무조건 의사에게 정중하게 목례를 해야만 의료의 권위가 높아지는 것일까요?      


그런 식이라면, 입법을 담당하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지나가도 예전처럼 ‘하마’(下馬)의 예를 표해야 하는 건가요?     


진정한 개혁은 정치 개혁만이 아닙니다. 일상이 개혁의 대상입니다.      


불필요한 권위주의는 하루빨리 없애야 합니다.      


판사의 권위는 판결문과 판결하는 태도를 통해 인정받으면 됩니다. 높은 법대 위에 앉아서 사람들로부터 기립 인사를 받는다고 대한민국 법체계가, 판사가 존경받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제발, 법정에서 판사가 들어설 때 “기립”을 외치는 관행은 이제 폐지해주십시오. 판사가 들어설 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는 더는 만들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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