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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형준 Nov 07. 2023

군대에 군의관이 지금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요?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의 발언에 분노하는 이유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서 글을 씁니다.      


방금, 지인으로부터 소셜 미디어로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받았습니다. 의사 수급 문제를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4958239?sid=103     


한데 저를 분노하게 만든 게 있었습니다. 박승일 병원장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전문의 자격증을 따면 군의관이 될 수 있는데, 훈련 기간 3개월을 포함해 3년 3개월간 복무해야 한다. 이들이 군대에 가지 않고 그 대신 지방의 국립의대 및 국립대병원에서 3년씩 근무하도록 해 군 복무를 대체하는 혜택을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군대엔 응급의료를 처리할 군의관만 남겨두고, 굳이 군의관을 많이 상주시킬 필요가 없다. 왜냐면 군대에서 인근의 민간병원에 바로바로 환자를 보낼 수 있어서다. 군의관을 의무적으로 군대가 아닌 지방의대에서 근무하게 한다면 지방 의대가 살아날 것이다.“     


군대에서는 ‘인근 민간병원에 바로바로 환자를 보낼 수 있’으니 ‘군의관을 줄이고 이들을 지방 국립대 병원 등에서 근무시키자’는 겁니다.      


화를 넘어 구토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분은 군, 더 정확히 말하면 징집병의 실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전방 어느 부대에서 아팠을 때 병-의원 가기가 쉽나요? 전방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전국 어느 군부대라도 가 보세요. 성남 공군기지처럼 초대형 부대가 아니고는, 군부대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도 없습니다. 영외 병-의원으로 이동조차 쉽지 않은 겁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징집병들이 아팠을 때 영외 병-의원에 나가는 것은 모두 외출이 됩니다. 그 외출증 끊는 것이 쉬울 것 같습니까?      


박 병원장 님은 의무장교로 복무하셨을 터이니, 외출이 쉬워 보이죠? 징집병들은요, 외출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인사계를 통해 층층시하 뺨치는 외출 절차를 상급자에게 다 밟아야 하고요, 사유서도 적고 나가야 합니다.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외출 허락해서 영외 병의원에 가게 할 것 같나요?      


영외로 외출해야 하니 외출증 끊어야죠, 한데 대중교통은 없죠, 그럼 누군가가 환자를 수송해야 되죠,(운전면허만 있다고 아무나 군용차 운전이 가능하지는 않죠?) 가뜩이나 근무 인원도 부족한데(자기 부서에 사람 많다고 하는 분 보셨나요?), 환자만 아니라, 수송 담당 인원까지 빠져야 하죠, 게다가 거리도 멀어서 하루 근무는 홀라당 날아가죠...     


그래서 징집병의 경우, 병-의원 가는 게 현재와 달리 ‘외출’이 되면, 병-의원을 가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징집병에 비해 등 따시고 외출도 편하게 하면서 군 복무를 마치셨을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 님!     


대한민국처럼, 징집병들이 푸대접받는 나라가 있다고 보세요?     


예를 들죠.      


징집병 월급이 올랐다고들 하시는데, 냉정히 살피자고요.     


어느 회사나 작업장이든 취직했을 때 대개 오후 6시면 집으로 갈 수 있죠? 그래서 집에서 쉬다가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하러 다시 나가죠? 만약 회사에서 근로자들에게 ”일은 마쳤지만 집에 가는 것은 안 돼. 근무지에서 자‘라고 하면 어떨까요? 바로 고소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24시간 근무로 간주해서 돈을 훨씬 더 주든! 회사에서 퇴근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근무입니다.      


한데, 징집병은 어떤가요? 이 친구들, 퇴근이 없다는 점에서 24시간 근무입니다. 일하지 않으니 근무가 아닌 게 아니냐고요? 그럼 박승일 병원장 님부터 아산병원에서 퇴근하지 마시고 24시간 계속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받아들일 수 있나요?     


징집병은 휴가 때를 제외하면, 하루 24시간, 한 달 30일 혹은 31일 근무하는 겁니다. 그리고 받는 월급이 23년도 기준으로 병장의 경우 100만 원입니다. 한 달 30일 근무로 칠 때, 병장 시급조차 1389원입니다. 시간 외 수당, 야간 수당 등은 하나도 없이 말입니다. 23년 대한민국 최저 시급이 9620원인데.     


분단국가임을 모르는 바 아니고, 종전도 아니고 휴전 상태임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10대 최 후반 20대 최 초반 청년들이 국가로부터 최저 시급도 못 받은 채 ’착취‘당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나마 있던 군 가산점 같은 것은 폐지된 지 오래이고요.     


이들에게 지원을 더 해줘도 모자랄 판에, 뭐요? 군대에 군의관이 ’이렇게 많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요?     


지금 병영에서 의대 과정을 마치고 온 군의관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보세요? 도대체 어떤 장비로, 어떻게요?      


지금 대한민국 병영에서 일하는 대부분 군의관들은 ’링커‘ 역할을 하는 겁니다. 중대한 치료는, 의사시험을 마치고 바로 임관한 군의관이 할 수 가 없습니다. 잘 아시잖아요! 서울아산병원에서 군의관급 의사가 과장 맡고 뭐 이러지는 않죠? 이들은, 의학적 경험도 부족하지만, 장비도 없어서 절대로 그런 업무를 맡을 수가 없습니다. 군내 대형병원(통합 병원)에 보내야지요.      


그럼에도, 각 병영마다 가능하면 군의관이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필요한 이유는, 각 학교마다 양호교사가 반드시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가정의처럼 말입니다.     


한데, 군의관을 거의 없애도 된다고요? 그게 10대 최 후반 20대 최 초반에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젊은이들에게 할 소리인가요?      


박승일 병원장 님 식으로 생각한다면, 각 학교에 양호교사는 왜 있나요? 병영보다는 학교 주변에 병-의원이 더 가까이 있을 터인데? 학교에서도 아이들 아프면, 죄다 병-의원에 보내면 되지? 박 병원장 님 논리라면, 군대에서조차 가능한 게 학교에서 가능하지 않으려고요?     


저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아주 잠깐 이사로 일하면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의사들이 의료 외에는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그 어느 집단보다도 의료 정책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요.     


아니, 의료 정책 수립에는 경제나 정치, 더 나아가 사회심리까지도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의료만 아는 의치(醫痴)가 어떻게 의료 정책을 제대로 논할 수 있나요? 예를 들어, 저는 신문기자를 만 18년 동안 했으니, 언론정책을 다 안다고 보십니까? 아닙니다, 저보다는 문화부에서 언론정책을 평생 들여다본 주무관이 덜 잘 알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승일 아산병원장 님은 서울대 의대에서 흉부외과를 전공한 수재 중의 수재입니다. 그럼에도, 박승일 병원장 님은 대한민국 군, 그리고 징집병 제도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군의관은 현재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 이들 자원을 지방 대학병원 등으로 돌리자‘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배운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침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잘못된 생각을 떠드는 것은 바보들이나 할 행동이 아닐까요?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10대 최 후반, 20대 최 초반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더 해 줄 수 있는지 고민하지는 못할망정, 지금과 같은 개차반 같은 대접보다도 못한 대접을 하자고 말하는 이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습니다.      


박승일 아산병원장 님.     


제발 징집병 제도나 환경에 대해 공부 좀 더 해 보세요. 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 분야만큼은 침묵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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