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by 서은

시간은 흘러도

달력의 숫자는 고정되어,

흐릿한 기억을 소환한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켠다.

졸업식 모자가 하늘을 가른다.


첫 직장의 설렘도

첫 만남의 설렘도

그 자리에 새겨진다.


손가락 반지도 빛나고,

아장아장 첫걸음마도 걷는다.


시간은 바람처럼 스쳐가고

달력은 기억을 박제한 채,

그리움이라는 향기를 남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