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계는 안개 낀 골목
술잔에 번지는 가로등 불빛
담배 연기 사이로 흐릿한 경계선
나는 그 문틈에 서서
손을 내밀어 본다.
나의 세계는 투명한 계단
방향을 알려주는 조용한 불빛
기도 위에 맺힌 투명한 숨결
그늘조차 따뜻해지는 그분의 공기.
나는 너를
나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었다.
매일 작은 떨림으로 기다렸다.
너를 자유 케 하는 빛이었는데
너는 아직도 모른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지만
서로 다른 중력에 묶여있다.
내가 내민 빛이
너의 세계 문턱에서
자꾸만 되돌아온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여전히 먼 행성.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닿으면,
우리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나는 기다린다.
우리의 세계가
가능한 날이 올 거라고.
어느 날 남편에게 물었다.
"하나님이 진짜 존재하신다고 생각해?"
남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라고 대답했다.
남편도 하나님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세상 속에 푹 잠겨 산다.
교회는 자기가 가고 싶을 때만 간다.
가끔이라도
자기 마음 내킬 때만 가는 것도
나는 감사하다.
억지로라도
교회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건 결국 의미가 없다는 걸 안다.
내가 원하는 건,
하나님의 존재를 '안다'에서 멈추지 않고
하나님을 진짜로 사랑하고
그분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남편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진짜로 하나가 될 것 같다.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우리의 세계가 생긴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요즘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