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품격을 위해서
오늘 출근했더니 김 선생님이 낮에 있었던 일을 전해주셨다.
요양병원으로 가셔야 할 환자분이 우리 정형외과에 입원하셨다가
다른 병원에서 CT를 찍고 결국 퇴원하셨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CD 전달이 누락되었는지,
밤늦게 보호자가 전화를 걸어와 막무가내로 컴플레인을 걸었다.
전후 사정도 잘 모르고 내 잘못도 아닌데, 다짜고짜 "CD 어쩔 거냐"며
소리치는 보호자의 하이톤 목소리와 예의 없는 태도가 거슬렸다.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
다음날 아침 9시 이후에 전화 주시면 담당자가 도와드릴 수 있다고 정중히 안내했지만,
말은 통하지 않았고 결국 부장님께 전화를 넘겨야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그 보호자의 태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상대가 무례하게 굴어도,
나는 좀 더 친절하고 성숙하게 대처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불쾌한 감정이 목소리에 조금은 묻어났던 것 같다.
문득 내가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고객이 아무리 진상을 부려도,
나는 그 마음을 풀어주려 노력했을 것이다.
오늘 나에게 못되게 했던 그분에게도 배운 게 있다
중요한 것을 배웠다.
상대가 수준 낮게 행동한다고 해서 나까지 똑같이 반응하면,
결국 나도 딱 그 정도 수준이 되는 것이다.
오늘 같은 일이 또 생긴다면,
나와 직접 상관없는 일이더라도,
상대방이 화를 내고 막말을 해도,
친절하게 대하자.
더 넓은 마음,
더 큰 '정신적 평수'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관대함은 나의 격을 높여준다.
절대로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는다.
나는 당신과 다르다.
나는 당신보다 한 수준 위에 있다.
화를 내는 대신 그릇을 넓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