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으로 잡은 욕지거리들
우리 아빠는 전라도 사람이다
전라도 고흥이라는 곳인데 현재는 전국에서 주민들 평균연령이 제일 높은 곳으로 노인들만 가득 찬 시골 중의 시골이다 전라도 사람들 전체라고 할 순 없지만 최소한 아빠는 욕을 일상에서 듣고 자랐다고 했다
고된 갯벌일의 힘듦을 욕으로 승화시켜야 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갯벌에서 꼬막을 캐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동은 정말 힘들어 보였다 고흥의 지역적 특성인지 아니면 우리 할머니집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할머니집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욕들이 섞여있었다
잡것들 니미좃같네 잡년의~ 등등
이건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내가 아는 욕이다 씨발이라는 욕은 너무 식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가 어렸을 적 접한 욕들은 다채롭고 신박했다 커서 보니 정말 원색적이고 이 이상의 욕은 없을 정도로 저질이다
다행히 욕을 하지 않는 엄마와 남눈치를 많이 보는 성향으로 자라난 탓에 욕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
임신초반에 몸은 힘들어 죽겠는데 직장에서 상사가 나를 부르면 그렇게 짜증이 날 수가 없었다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내가 욕을 입 밖으로 내뱉지만 않았지 정말 상스런 욕들이 내 혀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나중에는 복화술로 그 욕들을 내뱉는 수준까지 와버려서 정신과에 달려갔다
나의 증상을 의사에게 말했다
원래 임신초반이 제일 힘들어서 그러니 괜찮다는 말에 안심은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이런 욕을 하는 사람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자괴감과 무력감이 나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혀끝에 욕을 매달고 사는 나
20대 아가씨 때는 욕을 하지도 못했고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왜 애 둘을 낳고 나니 이렇게 혀끝에 욕이 매달리는지 알 수가 없다
아빠가 심심치 않게 내뱉었던 그 욕
니이미 좆같네~
분명한 워딩과 음이 아주 정확하게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구현이 된다
그 누구보다 정확하고 디테일을 살려 재생해 낼 수 있다
사실 속으로 몇 번 하기도 하였고 복화술로도 몇 번 해봤다 그러면서 더 찰지고 맛있게 입에 착 달라붙었다 아니 혀끝에 달라붙었다
어린 시절 조기교육? 덕분인가?
아니면 삶이 팍팍해서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인 건가?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욕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살았고 살고 있고 살아나갈 것이다
이런 내가 참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내 자식들에겐 적어도 이런 욕하는 엄마가 안되기 위해 정말 순간순간 참고 노력한다
아주 나이가 들어 치매가 걸려 내 의지와 무관하게 혀끝에 매달린 욕들이 떨어져 나가 버리면 어쩔 수가 없지만 말이다 그때가 되면 ‘늙어 노망 났네‘정도로 치부?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모든 일엔 좋은 점도 존재한다
이점이라 하기엔 너무 미미할지 모르나 난 전라도 배경의 소설을 막힘없이 읽어낼 수 있다
신랑은 조정래 소설가의 태백산맥을 아주 힘들게 읽었다고 하지만 난 술술 읽었다 너무 생동감이 넘쳐 몰입이 아주 잘된다
이거 말고 욕을 잘 알아서 좋은 점은 없는 거 같다
화가나면 자동적으로 이 욕이 혀끝에 매달리는데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괴롭다
이 모든 굴레를 나에게서 끊기 위해 난 오늘도
혀끝에 욕들을 매달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