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by 리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는 백석의 시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흰 바람벽이 있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여승,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특히 좋아한다. 그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으면 느껴지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좋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으면 고독과 쓸쓸함이 극대화된다. 시인은 세상을 버리는 것이 세상한테 지거나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더러워서 세상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발적인 단절을 선택을 하며 세상에 기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나도 한때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나무와 꽃이 많은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곳에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의 감정은 로망이라기보다는 현실 도피였던 것 같다.

나는 이 시의 쓸쓸함과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은 장면을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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