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0250409)
20대 초반 사랑을 잃고 괴로워하던 나날에 시를 썼다. 형식, 리듬을 무시하고 내 감정에 맞춰 써 내려간 시가 30여 편이 되었다. 그런데 그 시는 내 옆에 없다. 10년쯤 간직하다가 부질없다 생각하고 찢어버렸다. 과거는 지나갔고 나는 현재를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요즘 찢어버린 시를 생각하면 아깝다. 내가 쓴 글을 잘 간직했어야 한다. 2007년부터 책을 읽고 독서기록장에 책 속의 문장과 간단한 느낌을 남긴다. 처음에는 제목, 지은이, 출판사, 읽은 날짜 정도로만 작성했다. 그러다 좋은 시 마음에 와닿는 시를, 좋은 문장, 울컥했던 문장을 독서기록장에 필사했다. 독서기록장이 3권이 되었다. 아주 가끔 펼쳐보며 이때는 이런 문장에 이끌렸구나 보게 된다.
나의 독서기록장에는 여러 시가 있다. 최근 읽은 나태주의 [마음이 살짝 기운다]에서 '어떤 사막'을 필사하였다.
시가 내 마음 같았다. 나는 바람이었다가 꽃이었다가 별이었다가 모래였다가 물이었다가 불이었다가 그것들이 서로서로 흉터를 남긴다. 아무것도 없다가 다시 내가 된다.
앞으로 내가 남긴 글들은 어떤 글이라도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블로그, 브런치 등에 기록해서 차곡차곡 쌓아보겠다.
어떤 사막
스스로 바람이었고
스스로 꽃이었다
너무나도 큰 바람 앞에
너무나도 커다란 꽃송이
스스로의 바람이
스스로의 꽃을 쓰러뜨렸다
허장성세 지루한
혼자만의 코스프레
끝내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나태주, 마음이 살짝 기운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