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가 아니라도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too better thinking> 중에서
기자로서 열정이 뿜뿜이었을 때다. 누가 뭐라 해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어리고 어렸던 그 시절, 술자리에서 한 선배가 했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기자는, 듣고 보고 느낀 걸 쓰는 거야. 없는 걸 만들어내는 발명가가 아니라고.”
아, 그렇지. 나는 기자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써야만 하는 기자지. 그때부터 나는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지 않는 건 글로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창의나 창조 따위와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취재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 외에는 한 문장도 쓸 수 없게 됐으니까.
13년이 지난 지금은, 사실에 근거한 창작을 한다. 저명한 박사들이 탄생시킨 이론적 배경이나 논문을 찾아다니면서 이런저런 글을 쓴다. 칼럼, 에세이, 기사, 인터뷰... 때로는 육아와 관련된 글을 쓸 때도 있는데, 역시나 사실에 입각한 창조물이다.(아, 이건 1000% 찐 실화 바탕글이다. 나는 쌍둥이 엄마니까 ㅎㅎㅎ)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는 건 무엇일까. 하등 쓸모없는 인간에 불과한 나도 이따금씩 기가 막힌 문장을 만들어내곤 하는 걸 보면 예술가나 천재들만이 가지는 특별한 능력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내재하고 있는 보석 같은 재능이라고 규정 짓고 싶다. 마치 꿈과 현실을 연결하는 다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순 있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창의력은 존재한다는 말이다.
창의적인 사고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창의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혁신과 성장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창의적 사고’에 대해 끊임없이 교육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모 대학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강의한 날이었다. 돌아오는 길, 문득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한다고 해서 창의적인 사람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창의성은 인간의 인지 과정과 관련된 아주 복잡한 개념이라 교육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독창성과 유용성, 적합성이 긴밀하게 결합되어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니까 타고난 재능과 교육,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개발될 수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능력이다.
자, 이제 연습해보자.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첫 번재 스텝. 기존에 존재하는 것에 비유, 변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해보자.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예술, 과학, 기술 분야에서 활용되어지고 있는 방법이다. 우산에서 손잡이를 뺀 우주인 우산, 연초에 전기를 더해 탄생한 전자담배, 휴대폰에 카드를 더한 삼성페이 등이 이런 방식으로 탄생한 창조물이다.
두 번째.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켜보자. 아주 뜬금없는 아이디어도 좋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는다. 분명히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다만, 그 아이디어가 특정 상황에 부합하며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세 번째. 감성을 열자. 예술, 음악, 자연 등 주변 환경과 소통하며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굴해야만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감각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고백하건데, 나도 그랬다.
“네 원고는 쓰레기야” 라고 말하던 선배에게서 “괜찮은데”라는 칭찬을 이끌어내기까지 수많은 시도를 했다. 단어와 단어를 합쳐보고, 문장을 분해했다. 한강에서 맥주와 함께 원고를 써보기도 했고,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나는 글을 녹음해보기도 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는 눈 감고도 A4 4장 분량의 원고를 뚝딱 써낼 정도가 되었는데....
솔직히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녀가 남긴 책을 다 읽은 후 스스로에게 굉장히 화가 났다. 좌절감이 무력하다. 보고있나, 조민기 작가. 한번쯤은 그녀를 이겨보기 위해서라도 창의적으로 생각하러 떠나련다. 어디로? 노트북을 접고 안방 침대로. 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