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포도 Oct 13. 2023

지식의 저주에 걸린 남편에게

입장 바꿔서 생각하기 - <too better thinking> 중에서

남편과 대화가 안된다. 연애 기간까지 합하면 약 12년을 알고 지낸 사람인데 도통 말이 안 통한다. 이유가 뭘까. 나는 이 난제를 해결하는 데 꼬박 6년이 걸렸다.      


- 회사에서 OOO을 했는데, 결국 반려됐지 뭐야.

- OOO이 뭔데?

- 아니 그것도 몰라?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두루두루 잘 아는 박학다식한 남편은 ‘그것도 모르냐’며 나를 타박하기 일쑤다. 아니, 방송인이 아닌 내가 방송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남편의 대화 방식이 이상하다고 느낀 후부터 우리는 시시콜콜한 일상적인 주제 외에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아니, 꺼내지 않았다.     


지식의 저주. 특정 주제에 지식이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해당 지식을 가지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지식을 전달하려고 시도할 때 겪는 어려움을 가리키는 인지 편향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다른 사람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당연하게.     


지식의 저주에 걸린 건 우리 남편 뿐만 아니다. 우리는 종종 병원, 법원, 학교 등에서 지식의 저주에 걸린 사람을 만난다. 의사는 ‘이 정도는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환자에게 어렵게 설명한다. 판사는 자기가 아는 법률 용어로 형량을 선고한다. 의학적인 지식, 법적 지식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 주제에 광범위한 지식을 가진 교수들은 종종 학생들에게 고급 개념과 기술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학생들을 무의식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빠뜨린다. 교수님 말씀이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나의 대학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그래서 많은 교육 심리학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학습을 유도하기 위해 교육자는 학생들의 사전 지식과 능력을 고려하여 가르침 방법과 자료를 조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좌절하고 관심을 잃을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지식의 저주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만이 지식의 저주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상호 의사 소통과 협력을 개선하며, 갈등을 예방하고 이해관계를 더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기술인데,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한 몇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그들의 말에 주의 깊게 귀 기울이고, 그들이 말한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해보자. 때로는 침묵이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침묵하고 경청하자.     


상대방의 심리적, 감정적, 혹은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을 그들의 역할에 두고 상황을 그들의 시각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즉, 역할놀이다. 서로의 역할을 바꿔서 생각해봄으로서 ‘역지사지’를 연습할 수 있다. 사실,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과의 의사 소통에서 자신의 의견, 목표 및 제한사항을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미스퍼셉션을 줄이고 의사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나의 것을 내어 주는 것 만큼 상대방의 것을 얻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은 꽤 많다. 심지어 우리는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실천하지 못할 뿐.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과연, 나의 남편은 지식의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이전 06화 발명가가 아니라도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