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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달 Nov 25. 2021

추운 날씨에는 더 다쳐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이 절로 움츠러든다. 저마다 외투 안에 바람 한 줄기 허락지 않겠다는 듯 옷을 단단히 여민다. 그래도 사나운 겨울바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사람과 사람을 더 단절시키려는 것처럼 바람은 잘도 불었다. 


바람을 피해, 도착한 버스로 도망쳤다. 바람이 완전히 차단된 좌석에 앉아 생각한다. 바람 하나 못 들어갈 틈이면, 다른 이의 마음 하나 보듬을 품도 없으리라고. 


"할머니, 다음이 말씀하셨던 아파트예요."


짧아진 겨울 해가 뉘엿 넘어가는 오후 네시, 따뜻하고 조용한 버스 안에 기사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세월이 묻은 음성이다. 걷는 것조차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느리게 움직이셨다. 기사님은 그분이 일어나, 카드를 찍고, 내려서 인도에 올라설 때까지 쉽게 버스를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곳에 웅크려있는 바위처럼 그렇게 멈춰있었다. 


승객을 실은 거북이 버스는 할머니가 완전히 하차하자 출발했다. 나는 기사님의 품위에 감탄했다. 


말 하나의 온기와 행동 하나의 존중에 삶은 다시 특별해지고, 사람은 어떤 이유를 되찾는다. 


내게는 어제 그 짧은 순간이 그러했다. 불현듯, 얼마 전 학년 회의에서 나온 선배님의 말이 생각났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으니, 운동장에서 달리기는 강당에서 달리기로 변경해야겠어요. 추운 날씨에는 아이들이 더 많이 다치니까요."


맞다. 추우면 더 많이 다친다. 한껏 얼어붙은 몸은 작은 충격에도 참 쉽게 고장 난다. 하물며, 마음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을 우리는 안다. 


서로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내밀어진 아주 작은 손임을 다시 깨닫는다. 


품을 꽁꽁 여몄어도 좋다. 종종걸음으로 오로지 내 갈 곳만 보고 걸어가도 좋다. 


다만, 그러다가 넘어진 이를 우연히 발견한다면, 적어도 주머니에 꽂아 넣은 손을 물끄러미 내밀 수 있는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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