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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효원 Feb 05. 2022

남편이 소파에서 자는 이유

사라진 게임기와 리모컨

 남편은 교대근무를 하는 직장에 다닙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잠을 자거나 

가족들이 자는 시간에 일을 나가기도 합니다.     


남편들이 소파에서 잠드는 이유에 대해 

    정신의학과 의사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는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거실에 가운데 앉아서 tv를 보거나 

소파에서 잠이 든다.      


가끔 생각해 보면 멀쩡한 침구가 있는 방을 두고 

자꾸만 거실에서 자는 남편이 

       이해 안 될 때가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남편들도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돈 벌어오는 기계지? 

“나 없이 자기들끼리 맛있는 거 먹었네?”      

    남편의 투정 어린 말들이 떠오릅니다.     


함께하고 싶은 아빠의 행동?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하지만 표현은 그렇지 못하죠.     


굳이 거실 소파에 누워 잠을 자면서 

아이들이 놀며 장난치는 소리나

 싸워서 우는 소리가 

      들리면 불같이 화를 내며 

            윽박을 지르는 모습을 보면...     


그 정신과 의사가 잘 못 안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자기 기분에 따라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잘 지낼 수 없게 만드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눈치가 빠른 둘째는 남편과의 대립 상황이 되면 

      양쪽을 번갈아 보며 “누굴 도와줘야 해?" 묻습니다.      


이미 답정너입니다. 

아이의 눈빛은 엄마를 향해 

있다는 걸 저는 알고 있죠.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남편은 기회다 싶은 건지 

아빠는 여기가 아프다 하며 

7살짜리 아들에게 

자기편을 들어달라며 

     어필하기 바쁩니다.     


아이들이 다 잠든 시각 

이른 저녁에 잠든 탓에 

새벽 출근 2시간 전 일어난 남편은

 리모컨을 찾느라 요란합니다.

신경이 쓰여 일어났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자기 전 

책장 사이에 넣어둔 

리모컨을 발견해 

  남편에서 주었습니다. 


약이 오른 남편은

씩씩대며 한마디 합니다. 


“게임기도 숨겼고 

리모컨도 가져갈 거야. 

너희도 당해봐라.”      


결국. 남편은 리모컨과 함께 출근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큰 아들과 살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새벽 출근한 남편에게 전화가 옵니다.


“뭐하냐?”

“나 6시에 필사 모임 있어서 일어나 있었지”

“그래. 잘한다. 리모컨 없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남편을 위해 

구석에 있던 사랑의 마음을 꺼내 표현해 봅니다.     

“응 여보 사랑해~배는 안고파?” 

“라면 먹었어. 그리고 게임기랑 리모컨 가지고 출근했다.”

“그래 알았어.”     


남편이 리모컨을 가져갔다지만 

서브 리모컨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남편이 가져간 걸 알면 

퇴근시간까지 애타게 기다릴 아이들이 

생각나서 꺼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빠의 등장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울 아이들 모습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내심 방학기간 tv와 게임기가 

눈엣가시 같아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 지나 딸아이에게 전화가 옵니다. 

막 자고 일어나 전화를 받은 

딸아이에게 게임기와 리모컨이 없다는 

아빠의 비보 소식에 

둘째 아들은 울먹이며 서운해하고 


딸아이는

“난 어차피 폰으로 게임할 거야” 

이야기합니다.     


2시간이 지나고 다시 남편에게 연락이 옵니다.

실은 집에 숨겨두고 출근한 거였죠. 

아이와 이야기하던 중 

액자 위에 리모컨을 발견했었습니다, 

웃음이 나더군요. 


아이에게 결국 숨긴 장소를 말해주는 남편.     

기왕 가져갔다고 했다면 

퇴근시간까지 모른 척하면 될 것을 

굳이 전화로 알려 준 이유는 뭘까요?


남편은 왜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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