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효원 Feb 23. 2023

연진아..

기억 속에 나를 발견했다.

연진아..로 시작하는 더 글로리의 한 장면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내용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그 대사를 패러디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과거에 나에게도 연진이가 있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들이 내 현재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연진이로 남아있었다.


더글로리의 내용처럼

심한 학폭을 당하거나 괴롭힘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내가 믿었던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그 순간이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었고

지금의 내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교 이후 나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지 않았다.

손에 꼽을 정도의 몇 명의 친구가 전부였다.

아이를 낳고도 아이엄마들과 모임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하는 일도 드물었다.


많은 인간관계를 원하지도 않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피로도를 느끼기도 했다.


어렴 풋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 장면  

초등학교 때 일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이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를 왕따 시키기 시작했다.

나를 둘러싼 반에 여자 아이들이 나를 질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듣기만 했다.


중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무기력했었다.

친구들과 교회는 내 삶의 유일한 안식처 같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몇 명의 친구들이 모여 6명의 친구들이 되었다.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친구들 중 일진 무리  몇 명도 고등학교에 왔고 학기가 시작되자.

타학교 출신 학생들을 타깃으로 괴롭힘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뺨을 맞고 온 친구는 책상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이제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인데 저 친구는 앞으로 학교 생활이 지옥이겠구나.

모두가 방관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고 학교 선생님께 익명의 편지를 써서 학교 폭력을 알렸다.


편지가 학교에 도착하고 가해 학생 무리는 처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가해학생들은 편지를 보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색출한다며 온 반을 들쑤셨다.


6명의 내 친구들은 그 편지의 출처를 알고 있었고

그중에 한 친구가 자신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야 나도 짜증 나서 네가 안다고 했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

결국 내가 편지를 쓴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괴롭힘과 원망의 화살이 나에게 돌아왔다.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의 사과를 받고 괴롭힘이 멈췄지만 정작 도와주려 했던 나는 가해 학생들의 욕설을 들으며 학교에서 계속 마주쳐야 했고

학교생활은 괴로웠고 무서웠고 불편했다.


어느 날 6명 친구 중에 한 친구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며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울기 시작했다.

내가 본인을 왕따 시키고 다른 한 명의 친구와 놀았다고 내 가 그 친구를 자신에게서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당황스럽고 억울했다.


단지 내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술에 취해들어온 아버지를 피해 단짝인 친구집에 자주 갔었다.

밤이건 새벽이던 도망치듯 집을 나가면 항상 문을 열어주던 유일한 곳이었다.

 

그런 일들이 그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었다니..

난 아니라고 말했고 진짜 억울하다고 했지만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다른 친구들도 내가 잘못한 거라고 했다.

내가 기댈 곳은 교회와 친구들뿐이었는데..


이후로는 그 친구가 나를 불편해한다며 나를 따돌리는 일들이 생겼다.

친구가 전부였던 나는 억울해도 그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학교 다니는 것도 마음 불편한데 친구들마저 잃을 순 없었다.

죽고 싶을 만큼 억울했다. 그리고 내 삶의 모든 것을 비관하며 자살시도를 했다.


그렇게 다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시간이 흐르고 지금은

그 친구들 중에 한 명과 연락할 뿐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억울함은 불쑥불쑥 기억났었다.


그리고 내가 친구들을 잘 사귀지 않는 것도

과거 친했고 믿었던 친구들의 행동이 나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그 완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영향받고 있고 행동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엄마 들과 여러 번 봤었고 차도 마셨다.  

어린이집부터 같이 알던 엄마들도 있었는데 그들에겐 단톡방이 있고  거기에 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왕따였다니..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화가 났다.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코칭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기 싫어서

깊은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고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기억이지만

나는 아직도 과거에 있었다.

그걸 알게 되니 모든 게 이해가 됐고 눈물이 났다.


하루 종인 거절당하고 울컥울컥 감정이 올라왔던 게

왜 그런지 몰라서 답답했는데.

억울했지만 입을 다물고 무기력했던 내가

지금도 무기력해지려는 내가


과거의 내가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었다.

이제는 과거를 완결하고자 한다. 예전이라면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지금은 분별하고 내려놓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나라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삶에서 힘이 빠지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