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 연민
드라마 속 한 장면
" 나는 이런 내가 너무 가여워요."
여주인공은 눈물을 흘리며 자기 연민에 빠져 슬퍼한다.
나도 저렇게 살았었지..
낯설지 않은 대사였다.
대학교에 들어가 신입생을 환영하는 자리
다들 기분 좋게 웃고 떠들며 오고 가는 술잔에 점점 취기가 올라왔다.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술 마시고 놀아도 되는 건가?
내 처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나는 내가 가여워서 눈물이 났다.
주변 사람들은 내 눈물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시각장애인 아버지는 일을 하지 않으셨다.
이혼 후에는 매일을 술로 사셨고 국가 보조금 마저
술값으로 다 나갔다.
매달 돌아오는 생리날이면
눈치가 보였었다.
중학교 1학년 부모님의 이혼은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의 제약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었다.
나는 이런 상황이니 이건 안되고 이래서도 안되고
꿈을 꾸기엔 현실은 고달프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었다.
부모님은 내가 무슨 일을 하던 관심이 없었다.
그 누구도 대학을 가라는 말도 안 했다.
등록금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언니에게 빌렸다
대학교만 가면 행복하다고 했는데..
내가 꿈꾸던 행복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성인이 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내 현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방학 때면 쉬지 않고 일하고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도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꿈속에서 벗어나 현실을 마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