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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효원 Apr 01. 2024

불안 그리고 반복

끊임없이 반복되는 감정기복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고

계속하다 보면 지쳐서 그만하고 싶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감정은 

불안한 심리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프리랜서 일을 하는 내가 

일을 몰아서 하거나  잠까지 줄여가며 

수업 준비를 하거나 장거리 운전 수업을 갈 때는

오히려 바쁠때는 불안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유 시간이 주어지거나 쉬는 시간에 무력감을 느낀다.


자신을 계속해서 채찍질하는 것!

어쩌면 내가 2년 넘게 나에 대해 알고자 노력했던 시간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시간들이 이런 나를 놓기 위해서였다.


과거에 경험이 지금도 여전히 작동한다

'해봤자 소용없어 네까짓 게 수 있겠어'

나를 작게 만드는 습관들

지독하게도 따라다니며 매 순간 내가 행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럴 때면 또다시 나를 탓하며 자책하고 만다. 


나에게 관대해지자.

괜찮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수시로 최면을 걸듯 말하며 내 아이에게도 

이야기하지만 정작 나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또다시 불안해진다.


한 달 전 지인 작가분의 추천으로 그림책을 나누는 수업에 참여했다.

'행복한 여우'라는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아름다운 붉은 털을 가진 여우는 

행복했다.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털을 가꾸다가 

어느 날 하얀 털이 한 두 가닥 올라오는 것을 보고 

누가 볼까 얼른 뽑아버린다.

하지만 점점 많아지는 하얀 털은 물을 들이고 치장을 하고 

아무리 가려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여우는 굴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하얀 나비를 따라 

하얀 여우가 되어 밖으로 나온다.

그제야 하얀 여우는 자신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행복한 여우는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누가 자신의 흰털을 볼까 봐 가리기 급급했다.


나 또한 그런 여우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잘 보이기 위해서 

괜찮은 척 아닌 척 애쓰고 살았고 지금도 여전히 애쓰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는 답답해진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나를 알아가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고 

확신했지만 결국엔 모든 순간 완전할 수는 없구나...


사실은 그게 맞다.

모든 것을 잘하고 싶고 완벽해지고 싶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행복한 여우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던 시선이 사라지고 

주변을 돌아보며 지금 이 순간이 

이미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는 것을  

그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자유로워질 수 있다.

글을 쓰면서 오늘도 반복되는 불안을 인정하고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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