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지 않으면 몰랐을 표정
과거에 엄마의 표정을 보고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상처받았었다.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부정적인 표현은 꾹꾹 눌렀다.
어제 강의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
집에 도착했을 때 마트에 들러야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때 많이 보던 얼굴이 보였다.
남편이었다. 출근을 하려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가는 길을 멈추고 남편 옆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뒤에서 빵빵하는 소리가 들렸다.
배달 오토바이였다.
남편은 회사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마트 가는 길에 회사버스가 멈추는 정류장이 있다.
"회사 가는 거야? 마트 가는 길이니까 같이 갈래?"
내 말에는 답도 하지 않고
남편은 나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가라는 듯 고개를 까닥할 뿐이었다.
결국 신호가 바뀌고 나는 남편에게 어떤 말도 듣지 못한 채 마트로 향했다.
집에 와서 남편에 표정이 자꾸 생각났다.
평상시 운전에 대한 타박을 했는데
빵빵 거리던 오토바이 때문에?
거기에 멈춰 선 내가 맘에 안 든 건가?
내가 너무 빠르게 멈췄나?
뭘 잘못했지?부터 온갖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결론은
그 표정 도대체 뭐야? 였다.
경멸하는 듯한 표정만 기억에 남았다.
감정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퇴근한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어제 횡단보도에게 왜 그런 표정을 지은 거야?
내가 느끼기에는
마치 경멸하는 듯한 눈빛이었어.
내가 차를 빨리 세워서 그런 거야? 맞아?
"아니 그 뒤에 오토바이가 짜증 나서
빵빵 거리고 험하게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보면
나는 화가 나더라고."
"그래? 난 당신 표정이 계속 생각나서 물어봐야지 생각했거든. 나한테 그런 게 아니라면 됐어."
몇 마디 오가니 상황은 종료.
남편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화가 난 거라고 했다.
결국엔 모든 게 내 오해였다.
과거에는 물어보는 것이 겁났다.
엄마 왜 그런 거예요?
그 말을 되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이에는 기대라는 것이 있다.
말 안 해도 알아서 알아주겠지! 하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