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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ul 08. 2024

방황, 그리고 새로운 여정

글쓴이의 길을 발견하는 모습

군대에 간다고 해서, ‘여기가 내 길이구나’를 깨닫고 방황을 멈출 수 있을 리는 없다. 당연하게도 나는 여전히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은 채 평범하게 지냈다. 남들과 똑같이 근무하였고, 나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은 ‘전역’ 뿐이었다. 그나마 군대에서 특별히 한 것이라고는 고작해야 한국사검정능력시험 1급을 따고, 막연히 ‘대학 공부 기반을 다져놓겠다’면서 고등학교 때 보던 수학의 정석을 다시 펼친 게 전부였다(이 때 열심히 좀 할 걸..).


그러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평범한 회사(사기업)를 다니며 남의 이익을 위해 인생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좀더 공익적인 일을 하며 세상의 불합리함을 없애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 단순히 생각만을 했을뿐, 별 노력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럼에도, 군생활이 절반 정도 지나면서 어떻게든 진로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어쨌든 전역하면 무려 23살인데, 그냥 이대로 전역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지금 생각하면 한참 어린 나이지만). 나는 근무하고 남는 시간에 그나마 있는 정보를 끌어모아 진로 탐색을 하였다. 당시 내가 아는 진로는 세 가지가 다였다. 사기업, 공기업, 행정직 공무원(7·9급). 뭔가 길이 잘 보이지 않은 나는 다른 선임이나 동기들에게 물어보고, 어떨 때는 아예 재수를 할까도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한 동기에게 넌 진로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기술고시(행정고시와 같은 의미) 어떻냐고 말씀하셔서 고민 중이야’


기술고시? 그게 뭐지? 나는 그 때까지는 행정고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뭔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쳐보니, 공대생이 5급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시험이란다. ‘공대생도 공무원이 될 수 있다’, ‘5급 공무원’ 모두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일단 합격을 하고 5급 공무원이 되면, 업무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어린 나이에도 높은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다고 한다.


게다가 공대 출신임에도 법령·정책을 다루는 등 문과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굉장히 어려운 시험을 본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끌리는 요소였다. 이걸 합격하면 조선과를 졸업해도 조선소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비교적 낮은 보수는 그 당시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강한 영향력’ 이거 하나만으로 나에게는 충분한 것이었다. 내 마음은 점차 행정고시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5급 공무원의 장점에 대해서는 금방 알 수 있었지만, ‘행정고시’라는 시험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내 주위 대학 선배·동기 중 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아는 사람도 없긴 했지만), 내 정보망은 오직 인터넷 뿐. 학교 커뮤니티에 들어가고, 또 카페를 찾으며 겨우겨우 합격자 수기를 찾아 읽고는 하였다.


그렇게 시험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기대감과 설렘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처절하게 공부하며 수능을 준비했었다. 이제 나의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또다른 길이 열리려고 하는 참이다. 정녕 내 모든 것을 여기에 부어도 될 것인가!


하지만 그와 함께 또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내가 정말 이걸 시작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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