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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ul 01. 2024

내가 왜 여기에?

원하지 않는 학과에 오느라 적응한 글쓴이의 모습

많은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수능 성적에 맞춰 학과를 결정하고는 한다. 자신이 꼭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한 탓이다(물론 학과의 서열화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개인의 꿈과 목표를 잃게 하고, 방황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도 역시 해당되는 사실이었다.


내가 다니게 된 조선과(조선해양공학과)는 경기에 따라 취업이 어려울 때도, 거의 모두가 취업할 때도 있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더라도 어쨌든 공과대학이라, 본인이 노력하면 충분히 취직할 수 있다. 그러나 억지로 조선과로 오게 된 나에게는 ‘취직이 잘 된다’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정확히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내 꿈은 과학자였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어른들이 꿈을 물어보면 막연히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고는 하였다. 어쨌든 뜬구름으로나마 과학자가 되기 위해 나는 대학 수시를 쓸 때 ‘화학과’로 지원 학과를 도배하였다. 그러나 수능 성적이 되지 않아, 화학과 대신 전혀 생각도 한 적 없는 조선과를 오게 되고 말았다. 나는 그동안 간신히 가져왔던 나의 방향성을 잃어버렸고, 당분간 길을 헤매게 된다.


 ‘내가 왜 여기 있는걸까!’


20살인 내가 1년 내내 한 생각이다. 내가 왜 이런 과목들을 배워야 하는지, 왜 졸업하면 조선소에 가야 하는지(조선과를 졸업한 학생은 보통 조선소로 취업하게 된다) 이해하지 못했다. 회의감만이 내 머릿속을 채우다보니 당연히 성적도 좋게 나오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대학 친구들도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대학생활을 혼자 하고는 하였다(2학기가 되서야 비로소 대학친구들과 같이 다니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나만의 전공을 찾아 반수를 한다던지, 아니면 일찌감찌 다른 공무원 시험이나 PEET를 알아본다던지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방황하기만 했을 뿐. 딱히 나는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했고, 따라서 달릴 의지도 있을 리 없었다. 지금에 와서 이 때를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된다. 그냥 이때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할 걸! 그런데 당시의 나는 ‘행정고시’의 존재 자체를 몰랐으니, 사실 그건 불가능한 일이긴 하다.


내가 적응하든 말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어느덧 21살이 되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채, 나는 이끌리듯이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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