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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ul 22. 2024

첫 시작

기맥정 가입, 고시생으로의 첫 시작

“기맥정(학교 고시반 이름)에 들어오게 되면, 계속 여기서 공부해야 해요.”

실장님이 말했다.

“몇 년동안 계속 붙을 때까지요. 할 수 있겠어요?”

그 말을 듣고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직도 준비가 안 됐음을.


행정고시를 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서도, 기맥정에 들어가기까는 시간이 걸렸다. 실장님과의 면담에서, 나는 내 안의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내가 진짜로 고시생이 되어, 붙을지도 모르는 시험을 몇 년간 준비해야 한다는 것.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 일상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


가 보지 않은 길이다. 내가 아는 사람 아무도, 걸은 적이 없는. 그런데 이제 그 길을 진짜로 걸으려는 것이다. 두려웠다.


하지만 혼자서 동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있을 필요가 있었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나에겐 고시반에 있는 구하기 힘든 자료도, 각종 수험 정보도 절실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행정고시를 치기로 이미 마음 먹었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명확하였다.


2018년 9월, 새 학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나는 마침내 기맥정에 들어가게 된다.


‘우리 학교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입실 후 처음 든 생각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10명의 사람들이 고시 합격을 위해 매진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부는 조용하였고,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있는 날은 오직, 한 달에 한 번 있는 대청소 때뿐이었다.


여전히 학교를 다니던 나는, 수업이 없을 때면 기맥정에 가서 공부를 하고는 하였다. 다만, 학기 중인 탓에, 그리고 아직 습관이 잡히지 않은 탓에, 고시 공부보다 전공 공부를 하는 시간이 더 많기도 했다. 당시 나는 혹시나 떨어졌을 때 시간적으로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고자, 학기와 병행했었다. ‘안전’을 중시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좀 더 과감하게 휴학하고 고시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한다.


이렇듯 나는 기맥정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갔다. 진짜로 ‘고시생’이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여전히 주위에는 비밀로 했으며, 친한 몇몇 친구들에게만 말하였다. 앞으로의 기대와 막막함이 나를 지배하였고, 그에 대응하는 방법은 오직 공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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