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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카 Braka Feb 18. 2021

대안학교에서 고3이란,

나의 학교, 대안학교에 대하여(5)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고등 대안학교를 꺼려하는 이유를 안다.


대학 못 갈까 봐.

3년이라는 시간을 학교에 투자하면서 결국 결과가 해피엔딩이지 않을 까 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맞다. 대안학교에서 대학 가는 건 쉽지 않다.




나는 수능을 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대안학교 학생들이 수능을 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는 고삼 때 국내와 국제 진학이 나뉜다. 나는 그중에 국제로 진로를 선택했고, 그렇기에 선택적으로 수능을 치지 않았다.


대신 국제로 대학을 진학하기로 선택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갈 학교에 필요한 시험을 알아서 쳐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고삼 때 토플을 준비했다. 어떤 친구들은 일찍부터 SAT를 준비하기도 하고, 유럽계열 대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아이엘츠를 치기도 한다.


나는 사실 대안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국제로 대학을 가겠다고 확실히 마음을 정하고 들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이나 진로로 중간에 학교를 나가야 하는가 같은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반학교에 있는 것보다 대안학교에 있는 것이 국제 진학하기에 더 맞는 것 같았다. 중학교를 다녀본 경험으로 보아, 일반학교는 수능 위주의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해외로 대학을 준비하긴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반대로 몇몇 친구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다니던 대안학교를 떠나는 것을 보았다.


막상 대안학교에 다녀보니 상황은 똑같았다. 국제와 국내반이 나뉘어있긴 했지만, 각자의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선 학교에서 듣는 수업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국제반 대부분의 친구들이 개인적으로 방학에 학원을 다니거나, 점수를 방학 안에 내지 못하면 위탁신청서를 내고 학기 중에도 학원을 다닌다. 하지만 선생들께서는 위탁 신청하는 학생들 대부분을 말리시는 편이다. 학생들이 대안학교에 와서 분명 학교 안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고3에 위탁을 가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좋아서 학교에 진학했고, 학교의 선택에 대해서 항상 긍정적인 편이었지만 고삼 때는 그런 나조차 선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대안학교에서 고3을 보내보면 일반학교보다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많다. 반대로 말하면, 공부를 하고 싶은 시간에도 참여해야 하는 행사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지나고 보면 선생님께서 고삼 조차도 학교에서 하는 각종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시키신 것이 대해 오히려 감사하다. 그때 참여했던 초청토론, 솔로몬 학술제 등등 에서 깨달았던 것들이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 나는 수능처럼 1년에 한 번만 시험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고삼"이라고 불리는 것 자체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꼈다. 국내반처럼 국제반도 아직 대학 입시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학교 행사에 더 자주 참여하는 것도 억울했다.


이것이 대안학교를 다니는 고3들이 겪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 같다.  더 다양한 것을 배우려고 대안학교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가야겠고. 나도 그 기간동안 끊임없이 갈등했다.




졸업생의 입장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내 고3 시절에 전혀 후회가 없다. 고삼에 누가 학교에서 교양으로 철학을 배우고 중국어를 배우겠나. 나는 고삼 때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누리고 싶은 대안학교의 장점을 다 누렸다고 생각하니 후회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그때 다양한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 후회했을 것 같다. 우리학교에서는 고삼을 '꽃삼'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핵심인 학년이기도 하고, 졸업하고 떠올려 보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고 추억도 많은 학년이 고삼이다.


대안학교에 진학을 고민 중이라면 무엇보다 학생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대안학교에서 대학을 진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반학교라고 쉬운가, 절대 아니다. 자신에게 확실한 목표가 있다면 대안학교의 교육이 오히려 대학 진학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학교에서 갔던 중국 연수, 동아리, 책 쓰기 수업에 대한 경험이 자소서 쓰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학에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이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나도 그 마음 백 퍼센트, 천 퍼센트 이해한다. 자신이 더 추구하는 가치가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이 맞는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대안학교 진학을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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