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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방법

by 브라카 Braka

"쿠궁 쿠궁.."


강한 햇빛에 눈을 뜰 수 없다.


내리쬐는 햇빛을 간신히 이겨내고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63m 높이에서 경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내려보는 경주는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둘러싸여 탁 트여있었다.


"철컹..!"


가장 긴장되면서 무서운 순간, 다른 생각은 할 여유조차 없이 나는 곧바로 떨어졌다.


속이 뻥 뚫렸다. 강한 바람이 마주하여 불어오는데, 마음속에 남아있던 어두운 구름까지 싹 날려버리는 기분이었다.


롤러코스터가 이렇게 재밌는 놀이기구였다니!


오늘 이번 연도로 12년 차 붙어 다니게 된 절친과 함께 경주월드에 다녀왔다.


나는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포항에 남아있었지만, 친구는 대학을 위해 대전에 있었기 때문에 최근들어 만나기 참 어려웠다. 설 연휴가 되자 친구도 오랜만에 집에 내려오게 되었고, 나는 친구에게 함께 경주월드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둘이서 마지막으로 경주월드를 갔던게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때는 친구의 아버지께서 차를 태워다 주시고, 보호자로서 계속 함께 계셔주셨기에 엄밀히 말하면 '단 둘이'경주에 간 게 아니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오늘은 내가 차를 몰고 친구와 경주로 향했고, 직접 표도 예매하고 단둘이 다녔다. 기분이 이상했다. 내 눈 앞에 있는 친구의 모습은 8년 전과 다를 것 없는데 언제 우리가 이렇게 자랐나 싶었다.


우리가 그때와 같지 않다는 걸 느낀 건 놀이기구를 타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예전에는 가장 무섭고 높다는 놀이기구를 반복해서 타도 또 타고 싶었는데, 오늘은 바이킹 하나 타고 속이 울렁거렸다. 속이 울렁거려서 다시는 바이킹 못 타겠다고 투덜거리는 내 자신을 보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때 같이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 타자는 바로 드라켄. 중학생 때 이후로는 경주월드에 처음 가는 거라 나는 가까이서 처음 봤지만, 내 친구는 이미 그 놀이기구에 대해 알고 있었다. 경주월드를 옆으로 지나며 스치듯 볼 때마다 주황색 레일이 눈에 뜨였는데, 특히 가장 높은 곳에서 수작 하강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비명소리를 들을 때면 멀리서도 저건 평생 안 타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억을 혼자 어렴풋이 떠올릴 때에 나는 이미 드라켄을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러나 내 걱정과는 다르게 드라켄을 탄 소감은 꽤나 상쾌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바이킹과는 다르게 기구 자체가 앞으로만 직진해서 그런지 멀미나 속 울렁거림은 느껴지지 않았고, 가장 높은 높이에서 잠깐 멈췄다가 떨어질 때 바람과 함께 시원한 쾌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붙어있는 스트레스를 나는 현실에서 때어내거나 멀리 떨어뜨릴 수 없지만, 롤러코스터의 강한 바람이 스트레스를 저 멀리 날려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혼자 여행하면서 지금까지 묵혀뒀던 스트레스를 나름 다 해소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더 가뿐해졌다. 물론 이 가벼움에 롤러코스터만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 언제 만나도 불편하지 않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없었다면 롤러코스터를 타고난 후 즐거웠다고 내 입으로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나는 혼자 있는 것도 좋지만 함께 있을 때 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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